한국에서 '실검'은 이젠, 안녕?
어바웃트렌드 #6. 구글 트렌드에서 한 달만에 사라진 '실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모바일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보며 간밤에 일어났던 사건사고에 대해서 바로 확인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던 연예인의 열애설도, 존경하던 과학자의 부고 소식도, 끔찍한 대형 사고 소식도 모두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로 파악하던 때였죠. 실시간 검색어가 트렌드의 중심축이 되다 보니, 포털 점유율에 실검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의 포털은 실검을 적극 활용하며 사용자 유입입에 공을 들였지만 그만큼 어뷰징 등의 부작용도 늘어만 갔습니다. 특히 포털 댓글과 검색을 통한 정치 진영 싸움이 격화되면서 여론 조작 등의 문제점이 터져나왔고 결국 다음과 네이버 모두, 2020년과 2021년에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했습니다.
아마 다음과 네이버는 실검을 포기하기 싫었을 거예요. 검색이라는 액션을 요구하지 않고서도 손쉽게 포털의 정보와 기사, 콘텐츠, 댓글로 유입을 노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으니까요. 또한, 포털 뿐만이 아니라 기업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컸을 겁니다. 실검을 통해 소비자 관심사와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으니까요. 실검을 잃기 싫었던 두 포털은 AI를 활용한 추천 서비스인 '투데이 버블' 및 '트렌드 토픽'을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실검 시즌 2'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던 중, 구글이 최근 검색창을 통해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검색어'를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구글은 구글 트렌드 기반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노출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실검의 부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다음과 네이버같은 기존 포털들도 반발했고, 실시간 트렌드에 민감한 정치권에서도 말이 나오기 시작했죠. 결국 서비스가 시작된 지 한달여 만인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검색어' 기능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구글 트렌드에서 '실시간 인기 급상승 검색어'를 클릭했을 때
지역을 '미국'으로 바꾸고 '과학기술' 카테고리를 선택했을 때구글 입장에서는 망 사용료 문제, 각종 서비스를 둘러싼 역차별 문제 등으로 골치아픈 상황에서 굳이 서비스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을 거예요. 다만, '일별 인기 급상승 검색어'는 실시간 기능이 아니고 단시간에 '조작'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세워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인터스텔라 포스터 캡쳐각종 포털에서 실검이 없어졌을 때, 많은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오히려 뉴스를 잘 안보게 됐다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아졌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X(구 트위터)나 다른 서드파티 앱 상에서의 트렌드로 간접적으로 실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실검이 부활할 날은 올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