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트렌드 #8. 번개장터의 새로운 정책, 중고거래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인터넷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8월부터 모든 거래에 '번개페이(안전결제)'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번 변화로 판매자가 3.5%의 수수료를 전액 부담하게 되었는데, 이는 기존에 주로 구매자가 수수료를 부담하던 방식에서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번개장터 측은 이번 정책이 안전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로 인해 판매자들의 '탈퇴 러시'가 이어지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사용자들이 중고나라의 낮은 접근성으로 인한 사기 위험을 피해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로 이동해온 상황에서, 번개장터는 당근마켓의 지역 중심 거래라는 한계를 넘어 거래의 편리성, 중고거래에 특화된 UX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연예인 굿즈나 문구류 등의 거래는 거의 번개장터에서만 하라는 말이 있을 만큼, 폭넓은 연령대에서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번개페이 시스템을 쓰고 싶어도, 기본적으로 구매자 위주로 설계되어 있는 탓에 그동안 판매자들의 불만이 지속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구매자의 '구매 확정' 후에만 판매 금액이 지급되는 점, 상품 사용 후 반품 요청 시 판매자의 돈이 묶이는 문제, 심지어 '공짜로 물건 사용하고 환불 신청하기'와 같은 악용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이번 번개페이 강제 사용으로 판매자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동안에 구매 확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구매자 때문에 곤혹을 겪은 판매자가 많은데, 번개페이를 강제화하면 매번 구매자에게 구매확정해달라고 '읍소'해야만 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정책으로 인한 문제점들도 눈에 띕니다. 직거래 시에도 번개페이를 강제로 사용해야 하는 점, AI를 통한 직접 거래 감지 및 차단으로 인한 불편함 등이 있는데요. 운송장 번호를 전송할 때에도 AI에 감지되어 손글씨로 써서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는 촌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수수료 증가로 인한 물품 가격 상승 및 판매자 경쟁력 하락, 그리고 고액 거래 시 종합소득세 부담 증가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플랫폼의 고객이 2개의 집단 이상인 O2O, 각종 마켓 등에서 그동안 많이 발생해 온 흔한 문제점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숨고, 크몽 등의 '재능마켓류' 플랫폼에서도 수수료 문제로 크게 진통을 겪은 사례가 여럿 있었습니다. 다만, 재능을 사고파는 것과 물품을 사고파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특성이 판이하게 다르기에, 같은 선에서 놓고 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 이번 정책 변경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판매자들은 수수료 부담과 반품 위험으로 인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구매자들 역시 안전결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불편을 겪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번개장터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리고 이로 인해 중고거래 시장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