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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어바웃 Aug 23. 2024

클릭 너머의 진실, '광고' 표시가 불러올 변화

어바웃트렌드 #10. 공정위의 블로그 '광고' 의무 표시에 부쳐

"본 포스팅은 ㅇㅇ체험단에 선발되어 제품을 제공받은 후기입니다."
"본 제품은 업체에서 제공받았지만 성실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블로그 글에서 이런 문구를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키워드를 검색하고 글을 읽다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글 하단을 보면 '업체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았지만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혹은 아주 작은 글씨로 '체험단 후기로 작성된 글입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기분이 상하는 경험 말입니다.


네이버는 한때 검색엔진 점유율 80%를 차지할 만큼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구글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네이버는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쇼핑과 뉴스가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지만, 점유율과 체류시간이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정보 탐색'을 위한 블로그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고로 쇠퇴한 네이버 블로그, 흥하면서 광고도 흥한다?


'물고기 가는 데 어부 간다'라는 말과 같이, 블로그가 인기를 얻으며 광고성 콘텐츠의 범람이라는 문제도 함께 커져왔습니다. 양질의 정보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블로그를 점차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자를 지원하는 '포스트'라는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포스트 또한 또 다른 광고판이 된 지 오래되어 몇 년 전부터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때마침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숏폼 SNS 플랫폼이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사람들은 이러한 플랫폼에서 아예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네이버의 쇠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24년 현재 네이버 블로그는 이전과 달리 다시 활성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록'과 '검색'의 힘을 재평가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또한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블로그에 다시 힘을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각종 챌린지, UX의 변화 등 블로그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결과, 2023년 한 해에만 126만 개의 새로운 블로그가 생겼고, 약 2억 4000만 개의 포스트가 발행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네이버에서 발표한 '2023 블로그 데이터'


하지만 이러한 블로그의 부활과 함께 광고성 게시물의 문제도 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낚시성' 글들도 많고, 광고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광고임을 명확히 밝혀준다면 그 안에서도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지만, 마지막에 "사실은 광고였어"라는 것을 밝히면 사용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정보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블로그 자체의 신뢰성 하락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제목에 (광고)가 붙는다면, 여러분은 뒤로가기를 누르시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8월 20일 발표한 블로그 및 인터넷 카페 광고 표시 지침 개정안이 블로그 생태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는 대가성 후기를 작성할 때 광고임을 명시하는 문구를 게시물 끝부분에 작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광고나 협찬을 받은 경우 제목이나 글의 첫 부분에 명확히 (광고) 표시를 해야 하며, 본문과 구별되도록 글자 크기와 색상을 달리해야 합니다. 또한, 후에 대가를 받거나 조건부로 받는 경우(예: CPA, 파트너스 활동)에도 광고로 명시해야 합니다.


광고 표시를 의무화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제목에 표시되겠죠


한마디로 글의 시작부터 '읽을 선택지'를 주는 셈인데요. 올해 4분기 중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조치를 두고, 벌써부터 블로거들, 특히 네이버 블로거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글 제목에 광고임을 표기하게 되면 클릭률이 감소하는 등 블로그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공정위 권고를 스티커나 이미지로 회피하는 등의 '꼼수'가 있었지만, 공정위 조치가 강하게 적용된다면 이러한 꼼수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원활한 블로그 생태계 조성, 더욱 중요해지는 네이버의 역할


과연 네이버가 이 사태를 맞아 어떠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 궁금해집니다. 네이버가 이야기해왔던 대로, 알고리즘을 더욱 양질의 콘텐츠에 집중할 것인지, 광고글을 가려내는 데 있어 어느 정도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집니다. 단순히 공정위의 지침을 따르는 것을 넘어, 네이버가 어떻게 블로그 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창작자들의 수익 모델을 보장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가 더 가치 있게 평가받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광고 콘텐츠와 일반 콘텐츠를 명확히 구분하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거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노출 기회를 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가 만족하는 블로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이버, 블로거, 그리고 독자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정위의 새로운 지침이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 더욱 신뢰할 수 있고 유익한 정보의 바다로 블로그 생태계가 다시 태어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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