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28
1. 유럽연합(EU)이 '드디어' 미국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메타에 디지털시장법(DMA)를 위반했다며 총 1조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EU가 지난해 3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기 위해 DMA를 시행한 이후 실제 제재 조치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애플, 메타 등 7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2. EU는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자체 앱스토어에서만 결제하라고 한 것에 대해 마켓 간 경쟁을 막고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애플에게는 5억 유로(약 8133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어요. 메타의 경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광고 목적의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소 월 10유로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게 하는 '결제 또는 동의 약관'으로 사용자에게 개인정보 제공을 강요하고, 맞춤형 광고로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이유로 2억 유로(약 325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3. 사실 액수로 보면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습니다. DMA 규정는 가이드라인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법을 반복적으로 어겼다고 판단되면 과징금이 최고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애플과 메타에 부과된 과징금은 각각 연 매출의 약 0.1% 수준에 그쳤습니다. EU 집행위는 DMA가 신생 법이고, 두 회사의 위반 기간이 길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과의 갈등을 아예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듯 합니다.
4. 이 조치가 미국과 EU 간의 갈등으로 번질까요? 사실 갈등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가 미국 테크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공격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습니다. 실제로 DMA의 게이트키퍼로 선정된 기업 7곳 중 5곳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죠. 백악관은 지난 2월 외국 정부가 미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 과도한 세금, 벌금을 부과하면 관세 같은 대응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5. EU의 이번 결정은 액수를 떠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일단 규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처분입니다. 여기에 더해 실물 경제가 아닌 디지털 경제에서도 본격적으로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맞물려 앞으로 미국과 EU 사이의 디지털 무역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42317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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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 거인(The Colossus), 1808-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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