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27
1.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온라인 비대면 면접이 이전보다 많이 보편화됐어요. 이 과정에서 반드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공정성' 문제를 기술로써 해결하려는 기업들도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대면 면접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부정 행위를 얼마나 잘 막아내는지, 어떻게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는지 검증하는 등 공정한 평가를 위한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인데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스타트업이 '모든 걸 속일 수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530만 달러(약 7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2. 이 스타트업의 이름은 Cluely입니다. 사용자가 시험을 보거나 면접 중일 때, 웹 브라우저 속 숨겨진 창에서 AI가 실시간으로 답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최근 공개된 런칭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데이트하는 도중 '여자에게 있어 보이기 위해' 예술에 대한 지식을 AI로부터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장면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영상을 보고 보고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의 현실판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3. 블랙미러가 기술이 과하게 발전하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주로 다루는 것처럼 Cluely는 '실력'보다는 '보여지는 실력'을 관리하게 만드는 도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Cluely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계산기나 맞춤법 검사기도 한때는 속이는 기술로 취급받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 표준이 되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 마치 온라인 면접을 두고 '창과 방패'와 같은 이 서비스의 시작도 그만큼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4. 공동 창업자 두 명은 컬럼비아 대학 출신으로 원래 유사한 AI 기술을 활용해 코딩 면접에서 부정행위를 시도했다가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결국 자퇴했어요. 이들은 그 실패를 기반으로 회사를 세웠고, 시장은 이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실패 그 자체를 창업 아이템으로 만든 셈입니다. 다만, Cluely는 단순한 생산성 도구라기엔 너무 교묘하고, 부정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합니다.
5. Cluely는 '기술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갭을 보여줍니다. 점점 더 정교해지는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대신하는 존재로까지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편리해지지만, 동시에 더 많은 것을 AI에게 맡기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이 과정에서 윤리와 책임에 대한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요. 이제는 기술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묻기보다, 우리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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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소명(The Calling of Saint Matthew), 159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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