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3/3)

제프의 유산: ‘가정’으로 만든 Baseline

by 티제이

“티제이, 우리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건 티제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2주 후에 경영진을 대상으로 보고 준비를 해 주세요. 그 보고를 기점으로 티제이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킥 오프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목표가 수립된다면, 꼭 재무와 협의해서 재무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재무 임원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해 놓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킥 오프 미팅은 2주 후에 실시하고, 그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재무와 확인된 목표와 사례를 준비하겠습니다.”


“티제이, 분명한 건, 아무것도 없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린다면, 티제이가 추진하고자 하는 활동은 동력을 잃어버릴수 있고, 티제이에게 걸었던 기대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 조직은, 아니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죠, 시간이 지나면 변화 시도는 자기 방식대로 흡수해버리고, 그저 일상이 되어 버릴 겁니다. 공식적으로 틀을 짜고 들어가려면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루이스는 티제이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생각했다. ‘기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책임은 던져졌고, 결과는 그에게 달렸다. 이 판은 오래 열려 있지 않을 테니까. 몇 개월 전 본사 구매에서 파견되었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간 경우를 잘 알고 있다. 티제이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티제이는 루이스의 방문을 닫고 나가면서 생각했다. ‘기대 받지 않아도 괜찮다. 간섭 받지 않고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오히려 이게 낫다. 애초에 남의 인정보다는, 진짜 성과와 기여가 더 중요했으니까. 이 문제가 정말 풀릴 수 있다는걸 스스로 입증하고, CPS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티제이는 낡은 가방을 고쳐 멘 채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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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제이는 제임스로부터 전달받은 프로젝트의 원가 예산과 현황을 리암에게 전달했다.


“리암, 프로젝트 원가를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원가 항목 단위로 집계해 주세요. 현재는 연초이기 때문에 예산 대비 집행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진 않을 겁니다. 다만,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지, 어떤 예산 항목이 어느 정도 비율로 되어있는지, 그리고 재무에서 파악하고 있는 올해 원가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줘.”


리암은 데이터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티제이, 분석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수익성 개선을 하려고 하는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예산 항목을 정리하는 것은 왜 중요한 건가요? 그것 보다는당장 수익성을 개선할 만한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리암은 경영회의 자료에서 간접비 절감 목표가 세워진장표를 떠올렸다.


티제이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질문은 루이스와 비슷했다. 다만, 루이스는 조급함 이었고, 리암은 논리적인 이해가우선이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납득이 갈까?’


“뭔가를 개선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지. 그걸 베이스라인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프로젝트의 예산을 그 베이스라인으로 보려고 하는 거야.”


“말하자면 대조군을 말하는 거군요. 금리도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전분기 대비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때로는 더 중요한것처럼…”


“그게 가장 중요하고, 그리고 예산을 분석하다 보면 문제가 있는 부분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걸 반대로 생각하면 절감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되기도 하는 거지. 그래서 중요해.”


리암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티제이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만약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면, 목표와 방향을 잃고 헛된 시도만 반복하다가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거나, 혹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 해결에 나서는 '지연된 문제해결'이라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지.”


“지연된 문제 해결이요?”


“다행히 지연된 문제 해결이라도 개선이 되었다면 다행인데... 많은 경우에는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 회사에는 이미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한 이후가 되는 거야.”

티제이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확실하게만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단계를 밟아서 천천히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야... 리암, 내가 이와 관련된 얘기를하나 해줄까? 지연된 문제 해결 말이야.”

리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품질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 그러다가 우왕좌왕했고, 결국 회사는 큰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어. 내가 유 대리 시절의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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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팀장의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없었어. 팀장은 그 분야에서 경력이 무척 많았거든”


‘차체 크랙은 하나의 원인보다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기 마련이지. 복합적인 원인을 일일이 밝혀내려면 여러 조직이 관여해야 하는 아주 골치 아픈 일이야.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서도 생길 테고. 그러니 일단, '가혹한 운전 조건에 따른 특이 사항'이나 '생산 조직의 용접 불량'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회신하자고. 원인이 워낙 복합적이다 보니, 간혹 생산 조건이나 여러 가지 상황이 변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사그라지는 문제야. 걱정 없어.’


“하지만 크랙은 팀장의 희망과는 달리 잠잠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 품질팀의 압박이강해지자, 설계 팀장은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는 시도를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핏대를 세울 지경이었지.”


‘우리는 테스트 코드에 맞춰 설계했고, 실제 테스트에서도 문제가 없었단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 문제일 수는 없지. 생산 라인에서 문제가 있을 테니까, 용접이나 품질 검사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해 보라고.’


“그 때, 왜 그렇게 설계 원인인 것을 두려워하느냐고 물었던 것 같아. 그때 팀장이 했던 이야기가 기억나.”


‘유 대리, 만약 이번 문제가 설계가 원인이라고 인정해보자. 그러면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생각해 보자고. 보강 부품을추가해야 하고, 생산 공정도 변경과 함께 생산성 저하도 불가피해지지. 차라리, 생산 문제로 해결 되는 것이 훨씬 나은 거야.’


티제이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야기 했다.


"한편으로는 팀장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기는 했어. 그렇게 되면, 생산 원가 상승 뿐 아니라, 보증 수리 비용도 심각해. 차체 크랙 수리는 페인트를 벗기고 용접을 새로 해야 하는데, 이건 스위치 하나 교환하는 것보다 열 배는 시간이 필요해. 고객 설득도 쉽지 않고. 그냥, 생산에서 용접 몇 방 누락되었다고 결론 나는 게 당장의 문제는 해결하는 것 처럼 보이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리암이 물었다.


“결국, 그 문제는 품질 임원에게까지 보고되었고, 그는 한 달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 라인을 끊어버리겠다고 최후통첩을 받고 나서야 하나 하나 점검해 나갔지. 현지 조사부터 시작해서, 설계 데이터 분석, 테스트 코드 분석, 생산 과정과품질 검사 결과까지 모두 다 조사를 한 이후에야, 제대로 된 해결 방법이 도출되었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지.”


티제이는 리암을 다시 바라봤다.


“결국 처음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보지 않은 채, 각 부문이 '책임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몰리는 상황이 되어서야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지. 내가 베이스라인에 집착하는건 그런 이유야, 결국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잡는것 그리고 천천히 가는 것 같지만 결국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지 않는 것.”


“그 때 그 회사에서는, 문제 해결이 지연된 만큼 어떤 피해가 있었나요?”


“회사는 지연된 만큼 더 많은 품질 비용을 지불했던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서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지. 그건 돈으로 환산이 잘 안 되는 것이었어.”


티제이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때는 정확한 문제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보다는 요행히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랬지, 지금 돌아보면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제대로 현황을 파악을 시작해보는 것이었어.”


“그래서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어하는 거군요. 그 현황이 이 경우에는 베이스 라인이고…” 리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티제이는 주말에 공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예전 이곳에 살던 부잣집 가문의 집이었고, 그 사람이 기부한 집과 마당은 그크기와 정원 자체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공원이 되었다. 공원 곳곳에 거대한 나무 숲과 잔디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주말을 맞아 방문객들은 많았지만,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곳도 없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어디에서도 버려진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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