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2/3)

제프의 유산: ‘가정’으로 만든 Baseline

by 티제이

“그렇다면, 혹시 구매 정보도 수기로 관리되고 있나요?” 티제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구매 품목은 저희가 전자 계약과 대금 지급과 관련된 회계 정보 체계는 갖추어 놨기 때문에, 디지털로 세부관리가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공급 업체와 외부 공사 업체에게 지불한 인보이스 금액은 프로젝트의 원가와 일치되어야 하지요. 거기에 일반 관리비 등이 더해진다면 매출이 이루어지는 식으로 말입니다.”


“사실 저희 재무 조직의 고민이 여기에 있습니다.” 제임스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가 관리하고 있는 원가 단위가 주요 프로젝트 수준인 만큼,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그 정당성을평가하는, 궁극적으로 이익 개선에 기여하는 역할은 미흡합니다.… 음, 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회계 정보를 기록하고정리하는 회계 역할에 그치고 있는 셈이죠” 제임스가 조용히, 그렇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티제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제임스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가장 큰 이유는 오랜 기간을 회계 중심의 경영 문화를 유지해온이유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CPS는 매출과 이익에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던 회사입니다. 원천기술을 보유했고,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필요한 수준의 매출과 이익은 보장되었죠. 시장은 분명히 있었지만 성장이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CPS에서도 성장 전략이 없어도 문제가 당장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성장 전략이 필요 없었으니 투자와 경쟁력 개선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필요하진 않았겠군요…” 티제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에는 최소한의 회계 업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기간을 거치면서 세밀한 분석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수익성 분석과 생산성과 수익의 건전성 평가와 같은 분야를 등한시했고, 재무 조직내에서도 그걸 수행할 만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지도 못했습니다.”


“현장 출신인 CEO의 현장 독립성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경향도 한몫을 했겠군요.” 티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보셨습니다. 티제이. CEO는 과거 현장에서 직접 사업관리를 오랫동안 수행하면서 수주와 매출도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본사에서의 현장 수익성 관리는 일종의 불필요한 통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동의가 안 되는 말은 아니지만, 사업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는 재무의 역할도 필요합니다만,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티제이는 화제를 그렉과의 대화에서 답을 찾지 못했던 질문을 다시 꺼내기로 했다.

“직접 원가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무래도 가장 비용 비중이 큰 부분인 만큼 절감 효과가 큰 영역입니다만,,,”


“직접 원가에 대해서는, 절감은 기대하지도 않고 당초 계획했던 원가율만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연초에 재무 계획을 수립할 때는, 이 정도면 올해는 흑자 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희망이 있다가도, 1분기 정도만 지나면 다시 실망하게 되죠.”


티제이는 제임스의 마지막 답변까지 들었다. 제임스는 그렉과 마찬가지로 재무 담당자로서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싶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을 손에 쥐고 있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재무와 논의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판단했다. 그가 스스로 원가 구조 개선이라는 성과를 확보하고 난 이후에는 뭔가 할 이야기가 생길 것이다.


티제이는 다시 책상에 돌아와서, 종이 위에 그동안 파악한 CPS의 원가 관리 체계를 그려보고 있었다. 여전히 디테일이없었기 때문에, 그림은 보기엔 번듯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굳이 CPS의 케이스를 모르더라도 그릴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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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재무와는 이야기를 마쳤으니, 다음 단계로는 구매와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겠군…’ 제임스의 이야기로는 구매에서는 원가 관련 데이터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루이스가 티제이를 호출했다.


그는 마침 글라스고 사무실에 와 있었고, 예정된 회의가 끝나고 시간이 나자 바로 티제이를 찾은 것이다.

“티제이,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목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까?” 루이스는 티제이를 보자마자 대뜸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구체적인 계획이라니…’ 그는 루이스의 조급함은 티제이를 능가하는 듯 했다.


“이제 CPS의 원가 관리 절차에 대해 상당 부분을 파악하였고,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 구매를통해 프로젝트 원가를 상세하게 뜯어보면서,,,” 루이스는 티제이의 말을 끊었다. 그의 눈에는 미묘한 실망감이 스치는 듯했다.


“티제이, 우리의 미션을 잊은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나에게 여러 방법론을 이야기해주는 것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이야기라면, 여기 직원들에게는 새롭거나 흥미로운 수준은 아닐 겁니다.”


티제이는 갑자기 명치끝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루이스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주 전에 경영회의을 끝나고 나서 나에게 해준 이야기는 모처럼 관심 있게 들었습니다. 지난해 대비 원가율을 30% 개선해야 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항목으로 분개하고 각각의 개선 가능성과 목표를 부여하기 위한 분석을 해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았는데요. 저는 그 부분에 동의했습니다.”


“네, 그래서 구매 담당 임원을 만나서, 구매부터 원가 자료를 확보해서 바로 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 분석의 목표는, 회사 전체의 원가 구조를 분석하고, 이 중 몇 가지 아이템에 대해서는 절감 가능성을 케이스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수립해보겠습니다. 그 목표가 회사가 흑자로 전환되기에는 충분한 수준인지도 판단이 필요하겠지요.”


루이스는 잠시 생각하며 답을 했다. 그의 표정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피로감이 스쳐 지나갔다.

“음, 현재의 원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요? 제대로 확보도 안 되는 내용을 파악하느라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현재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티제이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문제는 이미 티제이의 부임 첫날에 정의된 것 아닌가요? 이미 얼마나 개선해야 하는지도 재무 슬라이드에 나와 있고요. 다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잖아요. 그걸 준비해 달라는 겁니다!”


루이스의 목소리 톤이 미묘하게 높아졌다. 티제이는 잠시 말이 멈추었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마터면, ‘그게 문제라면,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고 쏘아붙일 뻔했다.


“저에게 제대로 된 문제 정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그래야만, 구체적인 액션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게 중요하다면 준비해 주세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정리된 데이터가 없는 듯해서 대략 한 달은 걸릴 것 같습니다.” 티제이는 루이스의 반응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과 조바심, 그리고 강한 압박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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