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의 유산: ‘가정’으로 만든 Baseline
티제이는 그렉과의 미팅 이후, 회사의 상황을 보다 큰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출발점은 여전히 재무였다.
“클로이, 신뢰할 만한 재무 매니저 한 명을 섭외해 주겠습니까?”
“아마도, 단순히 티제이의 질문에 단편적인 답변을 넘어, 인사이트가 풍부한 의견을 제시해 줄 수 있고, 시야가 지엽적이지 않아 회사 프로세스 전반을 고려해 대답할 수 있어야겠죠?” 클로이는 이미 티제이의 성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맞아 클로이…”
“사실, 그런 성향은 HR에서도 우수한 리더급 인재를 분류하는 기준 중 하나입니다.”
“그 정도까지 아니라도 괜찮아요. 제가 하는 질문 수준은 재무의 누구라도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인사이트가 있다면 인터뷰 결과에 신뢰도가 올라가겠지?”
클로이는 노트북을 한참 바라보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추가 확인을 하는 듯했다.
“티제이, 재무에 그런 사람이 딱 한 명 있기는 합니다. 업무 처리도 완벽하고, 시야도 넓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좀 까탈스러운 부분은 감내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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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가 소개한 재무 매니저를 보는 순간,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인 앤드류가 안경을 썼다면 이런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제임스입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제임스의 첫인상과 목소리는 냉철해 보였다. 목소리 조차도영화 속 앤드류와 닮았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도 회계사였다. “회사의 원가 구조 개선 활동을 리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티제이 씨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티제이는 바로 궁금했던 부분을 물었다.
“바쁜 시간을 내어 주셨으니 바로 궁금한 부분을 여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경영회의 자료를 보니, 비즈니스 그룹 단위와 주요 프로젝트의 재무 성과가 집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재무 성과는 어느 수준까지 상세하게 집계하시나요? 다시 말해, 재무에서 파악하고 있는 최소 원가 단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요?”
“재무 조직에서는 프로젝트와 각 조직의 매출과 원가를 관리합니다만, 세부 원가 단위까지 관리하지는 않습니다. 어느조직의 원가율이 좋고, 매출이 계획대로 나오는지 정도를 파악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아, 그렇군요…”
제임스는 덧붙였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관리하는 현장은 30여 개가 넘고, 하나의 현장에서 많게는 서너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니, 전체 프로젝트 숫자는 70여 개가 넘을 겁니다. 거기에다 각 조직의 고정비, 간접비 등까지 고려하면, 재무에서 관리하는 원가 관리의 단위는 최소 100여 개가 넘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느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파악되지만, 구체적인 원인까지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겠군요.” 티제이가 조용히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 정도 수준, 그러니까 프로젝트에서 어떤 원인으로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지는 재무가 직접 분석하지는 못합니다.” 제임스가 답했다.
“그렇다면 CPS 재무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원가 관리를 수행하나요?”
티제이는 CPS에서 필요한 그리고 가능한 원가 관리 시스템의 디테일의 수준과 정확성이 궁금했다.
“재무에서는 기본적으로 회사 전체의 원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수준을 다루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단계 아래 수준의원가를 다뤄야 하지요. 그건 바로 개별 프로젝트 수준의 원가, 그리고 각 조직의 고정비와 간접비 항목 수준입니다. “
“그렇다면, 재무 분석은 프로젝트 수준에서만 이뤄지는 군요. 어떤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다 혹은 나쁘다 정도의…”
“물론 그보다 더 세밀하게 분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제임스는 소리를 살짝 높여 말했다. 스스로 조금 방어적인 느낌이었다.
티제이는 ‘그래서 경영회의에서는 원가율 상승에 대해 특이한 내용이 없었군요?’라고 물을까 하다가 너무 공격적인 질문 같아서 멈추었다. 잠시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지 생각했다.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성과를 담당하는 사업관리 조직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원가를 관리하고 있나요?”
티제이가 화제를 프로젝트로 바꾸어 물었다.
“프로젝트에서 관리하는 원가 단위는, 개별 공사 단위, 구매 품목 단위 그리고 인건비와 여러 가지 비용 항목 수준입니다.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지 않다면, 프로젝트 매니저는 그 원인의 파악이 가능하죠.” 제임스는 노트북을 켜고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관리하고 있는 원가 관리 파일을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각 프로젝트에서 관리하고 있는 모든 원가 단위의정보가 이 파일에 집계됩니다.”
파일의 각 개별 시트에는 프로젝트별 원가 구조와 예산 그리고 집행 결과가 담겨 있었고, 맨 앞의 요약 시트에는 지역별로 집계된 결과가 표현되어 있었다. “이 자료는, 프로젝트 소속 회계 직원이 담당합니다. 워낙 꼼꼼해서 그가 없으면 자료집계가 안 돼요. 우리는, 이 파일에서 맨 앞의 요약된 내용을 위주로 활용합니다.”
“어디서 원가가 초과되었는지, 절감되었는지 정도는 즉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겠군요.” 티제이가 제임스의 얼굴을 보며 살짝 말했다.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해도, 원가 초과나 절감의 원인까지 파악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지…’ 티제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이 자료는 경영정보시스템와도 연동 될 것이고, 재무에서도 프로젝트 하위 수준의 원가 관리현황이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겠군요? CPS에도 경영정보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경영정보시스템이 모든 프로젝트의 원가 단위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합니다만, CPS에서는 최근에 그 시스템을 구축했고, 또 그 정도로 원가 단위 정보를 연결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효율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제임스가 말했다.
“효율적인 문제라면,,,”
“프로젝트의 예를 들자면, 아무래도 프로젝트가 가장 복잡하니까…그들의 세부 원가 단위의 예산과 집행 결과를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은 품도 많이 들고, 사실 정확성에도 좀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사실 패러독스이지, 품이 많이 들고 데이터의 정확성이 떨어져서 시스템화가 어려운데, 사실 반대로는 시스템화가 안 되어서 품도 많이 들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가능성도 있는 거지.’ 티제이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