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민낯: 보이지 않는 프레임
그렉은 티제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멈칫하고는 이야기했다.
“사실, 직접비라면 당초 계획했던 매출 원가율 목표만 지킬 수 있다면, 별도의 비용 절감 없이도 흑자 전환에는 문제가없습니다. 직접비 절감을 재무에서 직접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죠.”
그렉은 허리를 약간 기대며 티제이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갑자기 다른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티제이, 하나 묻겠습니다.” 그렉은 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시켰다.
“당신은 전사 조직, 그러니까 본사의 기획 조직에 소속되어 있죠. 그런 위치에서는 오히려 재무보다도 비용과는 더욱 관계가 없는데… 어떻게 직접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티제이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렉의 의심은 질문으로 계속 되었다.
“당신이 현업에서 재료비 협상을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인력 투입을 조정하는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제말은, 혹시 이미 각 조직에서 세워놓은 목표나 결과를 다시 포장해서 보여주려는 건 아닌가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더블 카운팅이죠.”
순간, 사무실 안에 흐르던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티제이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건 단순한 궁금증이나 반론이 아니라, 티제이의 정확한 역할과 책임의 범위를 묻고 있었다.
“CFO님 말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질문, 저희 팀도 처음부터 저에게, 그리고 각자에게 던졌던 질문입니다.”
그렉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말을 지켜봤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직접비를 줄이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대하시는 결과는, 차차 우리 팀의 역할과 기대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그렉은 입꼬리를 아주 약하게 올렸다. 웃음인지, 인정을 내비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좋습니다. 비용을 줄이겠다는 그 말만큼은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그럼 앞으로 보여주시죠. 구조를 어떻게 만들고, 실제개선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렉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사무실 밖 풍경은 아직 밝았지만, 오후의 해는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원가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한 건, 티제이가 처음이군요.”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솔직히, 이걸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렉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그쪽에서 한번 들여다보면 좋겠군요.” 그는 체념과 기대가 섞인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정말 우리가 잘못 설계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집행을 못 하고 있는 건지…….” 티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렉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루이스가 도움 줄 겁니다. 그래도 이 회사에서 제일 현실을 잘 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짧게 악수를 건넨 뒤, 다시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다시 눈을 모니터로 돌렸지만, 손은 마우스를 잡지 않았다. 티제이는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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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부드럽게 닫히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렸다.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서 사무실 한편의 조용한 회의실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책상에 앉아, 노트에 오늘 그렉과의 미팅 내용을 정리했다.
CFO는 비용 증가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재무에는 비용 개선에 대한 상위 수준의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은 없다.
아직 비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데이터나, 분석 가능한 구조도 확인 못했다.
첫 번째 사항은 새롭게 확인한 사항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추가적으로 확인해 봐야만 티제이 스스로도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무작정 시내로 나가 봤다. 글라스고의 시내라고 해봐야, 서울 어느 부도심의 먹자골목 정도 크기다. 무엇을 먹을까 돌아다니다 보니 "브레드 미츠 브레드"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직관적이고 유머가 섞인 간판은 누가보더라도 햄버거 집이다.
패티는 스코틀랜드가 원조인 앵거스 비프로 만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익힘 정도는 미디움 레어를 선택했다. 치즈는 몇가지 숙성된 치즈를 고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꾸리한 냄새가 날 것 같은 블루 치즈를 골랐다. 햄버거엔 역시 맥주. 이곳 에서도 병맥주는 팔지 않았고, 드래프트 탭이 여러 개 있다.
햄버거 맛은 아무런 소스도 없이 패티와 블루치즈 그리고 약간의 소금과 후추가 모든 맛을 냈고, 맥주는 그 강렬한 맛들이 입안에 가능한 오랫동안 가둬지도록 감싸 앉았다. 창가에 붙은 테이블에 앉아 맥주와 햄버거를 먹고 있으니, 잠시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