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타파 무조건 좋은 것일까?
나는 최근 2년 전부터 직장의 위계가 슬슬 무너져 간다 생각했다. 경영진들은 40-50대 중간 관리자를 쪼으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MZ 세대를 잘 챙기라고 지시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인간이기에 인격을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나 역시 10대 자녀들이 있으니, 내 아이들이 나중에 직장생활을 할 때 상사로부터 일과 별게로 인격적으로 존중받길 바란다.
하지만, 회사는 인간적인 만남의 곳임과 동시에 약간은 딱딱함이 있는 장소이다. 이유는 생산과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하는 곳이고, 업종에 따라 그 무게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느 직종인들 가벼운 곳은 없지만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종에서는 보다 엄격하고 질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위계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현 직장에서 변화하는 trend와 떠오르는 세대들을 위해 open innovation, 소통, 배려 등을 외치며 중간 관리자들에게 하위 직원들을 다독이고 챙기라 한다.
소통과 배려는 이제 직장에서 실력과 능력을 능가하는 중요한 업무 평가의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다소 씁쓸한 것이 이것을 무기로 사용하는 몇 명 젊은 직원들 때문에 위계가 무너져 버린 느낌이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교권의 체벌이 사라진 지금 학생이 선생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선생님께 예를 갖추지 않는 부작용과 비슷한 느낌이다.
나이는 그렇다 쳐도, 경력, 능력, 상하 직급 무시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업무와 상관없이 모든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회사가 연공서열을 파괴하고자 함은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연공서열을 뼈저리게 경험한 40-50대가 갑자기 20-30대를 위해 무조건 다 맞추라는 식은 40-50대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무슨 일이든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적응이 필요하듯 40-50대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 줬으면 좋겠다. 시대가 아무리 빨리 변한다고 변화에 무조건 맞추란 식은 20-30대와 40-50대를 그룹 지어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는 부작용 같다.
과거 관습 때문인지,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업무적 큰소리는 못 쳐도 (큰 소리 칠만큼 일에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부하직원의 불만 섞인 큰소리는 무조건 들어주고 받아줘야 한다.
상사는 경영진의 업무를 무조건 받아 야근도 해야 하지만, 상사는 부하직원들에 업무량을 조율해줘야 하고 칼퇴를 보장해줘야 한다.
40대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직장생활이 피곤하다. 업무가 피곤한 것이 아니라 요즘 조직 문화와 조직 생활이 피곤해졌다. 어쩌면 내가 조직 생활에 20년 가까이 여태 적응을 못했거나 조직생활을 할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망각하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젊은 직원들의 창의성만 가지고 회사가 발전할 수 있을까? 40-50대는 업무적으로, 관계적으로 작은 성공을 경험했으며, 조직의 역사와 함께 축적된 남다른 지식과 기술 등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회사는 알까?
회사가 생산과 매출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의 직원들을 어울릴 수 있게 인력관리를 해줘야 하는 것도 회사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