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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Dec 24. 2023

새벽에 쓰는 반성문

온라인에 올리는 일기

네 반성합니다. 이제야 알게 되어 미안합니다. 

지금껏 스스로에게서 빼앗은 기회와 시간을 이제야 반성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멋진 직장을 다니다

순간의 선택과, 이어지는 좌절에 일어서질 못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기대어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살았습니다. 


비겁하게 변명하자면 그동안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동생이 죽고, 사업이 실패하고, 아이들이 셋이나 태어나고, 

적어놓고 보니, 더 힘을 내야 할 상황이네요 

그 상황들을 내가 자립하기 어려운 장애로 여겼습니다. 

동생을 잃은 슬픔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육아에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보다 이것들이 우선이라며 주저앉았습니다. 


당시에 변명은 이랬습니다. 

서로 잘하는 것을 잘하자. 아내의 사업이 잘되니. 당신은 사업에 집중해 애들은 내가 볼게

그마저도 아내만큼 해내질 못했지요 겨우 굶기지 않고,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는.

그저 기본 보육정도의 육아도 힘들다 칭얼거렸지요.


어쩌다 글쓰기를 했습니다. 

어쩌다 브런치도 시작했구요 

끈기가 없어 처음엔 멈추었습니다. 하기 싫었죠. 

또 하지 않으니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또 끄적거려 봅니다. 


남몰래, 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일기장을 썼습니다. 

혼자만의 일기장에 고마웠었죠.

그 십 년 동안 누구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생각했거든요

현실에서는 각자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는데. 

네. 온라인에서는 읽어주십니다. 때로는 위로도 해주시지요 

그리고 가끔은 많은 분들이 좋아도 해주십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아졌죠.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 나도 모르게 우쭈쭈 해진 거예요 

예전보다 어깨에 힘도 좀 들어갔고요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온갖 방향으로 날아오던 화살 다 내 몸에 꽂았었는데. 

이제는 피할 건 피하고, 막아야 할 건 막아요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달라진 건 없어요 

여전히 육아를 하고 있고, 글쓰기의 시간이 길어졌지만 

난 아직 아마추어 작가입니다. 


매일 새벽 2-3시에 일어나 글을 씁니다. 

아니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읽고, 때로는 책을 읽고, 때로는 책을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집니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아침에 한 꼭지를 남깁니다. 

그러면 하루종일 좋아요과 구독자의 수를 세어요 


마침 나의 점수인 듯, 나의 내공인 듯 

아직은 별거 없어요. 그래도 나아진 게 뭐냐구요? 


그래도 목표가 생겼다구요. 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구요.

이 일을 해야 하기에 현실을 감수할 각오가 생겼다는 거지요 

결과? 기대는 크지만, 어려운 거 알아요. 가능성?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이제는 예전보다 이게 달라요. 


그 어려운 거? 그거 내가 한번 해보지 뭐. 


배짱이나마 이렇게 말할 자존감이 조금 높아졌어요. 안되면 어때요. 그럼 그만이지.

어차피 방구석에 가만히 있다가 망하나, 뭐라도 해보다 망하나. 

뭐라도 해보다 망해야 나중에 술 한잔에 푸념을 하더라도 꺼리가 남지요 

방구석에 있다 망했어요...라고 끝내면 이상하잖아요.


글 쓰는 거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만족시키는 게 어렵지요.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이 같으면야 얼마나 좋아요 

작가를 할 타고난 팔자지요. 그런데 때로? 보통은 내가 쓰는 글은 사람들이 잘 안 읽죠.

그래서 점점 글을 쓰기 싫어지구요 

보통 우리 학교 때 그러잖아요. 친구가 쓴 글이 잘 이해가 안 되고, 내 글을 봐도 그렇고, 


저는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읽고 싶게끔 다듬고 있어요.

연습 중이지요 

내가 뭐라고 한 번에 대단한 작가가 되겠습니까? 그럼 벌써 하고도 남았겠죠. 


예전엔 뭐든 하기만 하면 성공할 거라 믿었죠. 그런데 인생은 그게 아니잖아요?

대부분의 실패와 한 가지의 성공으로 어느 정도 보상받고 인정받는 게 인생인듯해요 


그럼 뭐다... 대부분의 실패가 전제되어야 한다.

대단할 건 없지만 실패하는데 겁 좀 덜 먹자.


내 제가 지금 그걸 깨달아서 겁이 좀 없어요. 어차피 안되었던 거, 실패 좀 하면 뭐..

별수 있나요. 인생 다 그런 거죠. 


어찌 보면 인생에 대단한 비밀은 없어요 

그냥 하다 보면, 하고 실패하고, 하고 실패하다 보면

자연히 실패를 피하는 방법으로 바뀌고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처럼요. 

잊고 살았는데 다시 기억났어요 


언제부턴가 너무 한 번에 이루려는 욕심으로 살았네요 

참... 장황하게 풀어놓아서.. 이거 어찌 마무리를 할런지...


여기까지 쓰고 부제에 얼른 추가를 했지요..

온라인에 올리는 일기라고


그러니 이렇게 마무리할래요

그래도 되지요. 일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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