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30. 단어들이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by 성준

p 108-110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당신이 이 글을 통해 독자에게 어떤 느낌을 전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신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당신이 선택한 단어들에서 우러나오겠지요.
평범한 단어는 평범한 느낌밖에 전하지 못합니다.



유난히 생각이 많은 날이 있다.

머릿속에는 제 꼬리를 쫓는 강아지처럼 생각이 뱅글뱅글 돌고 있지만, 정작 입이나 손으로는 아무것도 말하지도 쓰지도 못한다.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으니 글로 나올 리가 없다.


반대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날도 있다. 그저 노트북 앞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른바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 나온다.


어떤 글이 더 좋았냐고? 오늘은 어떤 글쓰기냐고?


그건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야겠다. 때로는 의식의 흐름이 제법 마음에 드는 글을 만들어 낸 적도 있고, 계획했던 글이 반응이 좋았던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글을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글뿐만 아니라 대부분 인간의 행동들이 이렇다. 우리는 항상 완벽한 계획 아래 움직이는 것도, 그렇다고 그때, 그때 맞닥뜨리는 현실만을 해결하며 사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다. 대부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잘 해결하며 살아왔다.


계획하지 못한 행동들을 맞닥뜨려 해결하며 살아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 매번 그렇게만 살아간다면 문제겠지만 때때로 닥쳐오는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블러킹 할 수 있는 임기응변은 칭찬할 일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머릿속에 돌고 돌아 행동하지 못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보통, 게으름과 나태함을 동반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부정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의 생각은 행동으로 빠르게 이어진다. 긍정적인 생각의 피드백을 빨리 경험하기 싶기에 생각이 오래가지 않는다. 반면 부정적인 마인드는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찾는다. 어려운 난관을 찾아내고 극복하는 방식까지 완벽히 준비하고자 노력한다. 행동이 느려진다. 행동이 느려지는 것과 함께 또 다른 생각들이 또다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못한다.


행동을 못하는 것은 생각 속에 등장했던 난관에 부딪혀서가 아니다. 바로 그 생각이 난관이 되어 시작하기를 두려워하게 된다. 정작 그 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았다. 여행지의 숙소 예약이 어려워서, 가는 여정이 길어서 혹은 계절이 좋지 않아서 등등 우리는 여행을 가지 못할 열 가지 이유를 찾다. 결국 우리는 숙소의 불편함도 경험하지 못했고, 가는 길의 여정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 불편함을 경험하지도 못했는데 우리는 여행을 포기해 버렸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이 우리의 경험의 기회를 차단해 버린 것이다.


괜찮다. 후회는 내일의 내가 하면 된다. 오늘의 나는 있을지도 모를 위험과 불편을 피했으니, 아쉬움과 후회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면 된다.


오늘 나의 글쓰기는 어떤 글쓰기인지 들통이 났다. 아무래도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이 나를 이끈 곳은 이곳까지 인 듯하다.


남미 사람들의 자유로운 연애관에 관한 짧은 글을 읽은 내게 빠르게 행동해라. 머릿속으로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었지만 글의 구성과 완성은 주지 않은 것 같다.



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화요일 : 동생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목요일 : 짐은 민박집에 두고 가세요

비정기매거진 : 관찰하는 힘 일상을 소요하다

연재 중입니다.


브런치북 <Daddy at home>, <시대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