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48.내가가진모든것을조합하라

by 성준

p 160-161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셋 중 하나만 힘이 있어도 독자를 유혹하기 충분합니다.


엊그제는 길을 걷다 문득 올려다본 시선 끝에는 산수유에 노오란 꽃 봉오리가 막 피어나는 것이 있었다. 이제는 봄이 오는 걸 실감하는구나 하며, 문득 봄이 오는 길에 대한 글이 쓰고 싶어졌다. 어제 집안일을 하는 도중 그냥 틀어놓은 텔레비전에서 신해철의 목소리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들려왔다. 어린 시절 참 지겹도록 들었던 노래라 순식간에 나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그때로 돌아가 있었고. 또 글이 쓰고 싶어졌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늘은 아이가 아파 잠시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 진료실에서 잠시 맡은 알코올솜의 냄새에 문득 그날이 떠올랐다. 병원 특유의 냄새가 알코올을 타고 잠시 내 기억을 탁! 치고 도망갔다.


참 쓰기 어려운 것이 글이다. 무작정 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글이 독자에게도 내가 느꼈던 그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글감을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감이 좋으면 글을 짓는 데 조금은 수월하다. 하지만 완벽한 글감을 찾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글감을 찾는 범위를 쪼개어도 본다.


오늘 본 것들, 오늘 들은 것들, 오늘 만진 것들 중에서 내게 기억에 남는 일을 추리고, 줄을 세워 본다. 오늘은 촉감이 좋은 날이었을까? 후각이 더 예민한 날이었던가? 혹은 청각이? 각 분야 한 곳에서 쯤은 당신의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생겨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오늘에 가장 살아있는 글감이 되곤 한다. 그 글감은 일단 당신의 기억과, 감정에 울림을 주었고, 그 울림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문장을 고르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새로움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개인의 경험에서 타인의 경험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독서를 간접 체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 발만 더 내디뎌보자.


[보라색 맛, 빨간 맛]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이것들이 무엇일까? 우리는 한 가지 감정으로 살지 않는다. 몇 가지의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며, 기록하고, 감정에 반응한다. 글도 그러하면 어떨까? 한 가지 감각만이 아닌 두 가지 이상의 감각으로 글감을 압축하여 글을 짓는 것이다. 공감각이란 무관한 두 개 이상의 감각을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오늘 내가 찾은 글감을 다른 감각에 투영하여 얻을 수 있는 이미지와 또 다른 현상을 글에 함께 녹여내는 것이다.


내가 느낌 감각은 보통 타인에게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 작용할 것이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탁 하고 치고 가는 느낌이 있는 글감이라면, 독자에게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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