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OO한 일을 겪었어요. 되게 힘들었는데
에피소드는 건졌다는 생각이 드니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딱히 신기해할 일도 아니다. 아니 으레 저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무릇 작가란 주위의 모든 일이 주제나 소재가 되어야 하며, 이를 당연한 듯 여겨야 할 것이다. 구두 판매원은 항상 다른 이의 구두만을 보며 다니고, 증권 거래인은 일과가 그래프와 숫자다. 운동선수는 운동에 맞추어 먹는 식단마저 조절한다. 하루 일과가 직업에 맞춰 관심사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 작가는 어떤 사람인 걸까? 작가가 직업이라면 그는 하루에 절반 이상을 글을 쓰기 위한 재료들을 모아야 하고, 글로 옮기기 위한 문장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때로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제약이나 조건등이 많은 경우가 있다. '사'란 글자로 마무리되는 직업군은 아무래도 많은 지식이 필요하며, 오랜 시간을 투자해 그에 걸맞은 자격을 득하여야 한다.
보통의 직업들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자격과 실력이 겸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부분의 직업들은 다 그렇다. 그런데 특이한 직업군 중의 하나가 '작가'다. 작가란 직업은 딱히 자격이 필요치 않다. 먼저 작가라는 정의는 이렇다. [책, 연극, 영화, 방송, 만화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출간을 기점으로, 기고를 기점으로 한다면 좀 더 폭이 좁아지겠지만, 일단 직업의 정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일단 글을 쓴다면, 작가다. 출간 전이라면 예비작가라 불러 줄 수도 있겠다.
자격이나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에 작가란 직업의 허들이 낮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작가라는 직업은 <높은 심리적 허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을 하면서도, 글로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말은 기록되지 않는다. 한 번 내뱉고 스쳐지나가면 끝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되더라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에 대한 부담이 적은 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글은 태생 자체가 기록이다. 작가의 의중을 문자를 통해 새겨 넣는 작업이다. 잊는다 해도 언제든 다시 꺼내어 작가의 생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반영구적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잘 적어놓아야 한다. 그러니 어렵다. 잘하려고 하니까.
작가라 불린다는 것은 자신의 기록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통 작가라 불리는 것이 마냥 기분 좋지는 않다. 언제는 작가라 불리는 때는 그에 걸맞은 생각과 기록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직업으로서 작가의 <심리적인 허들>이 아닐까?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보면 대부분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준다. 작가님으로 불리는 날엔 하루의 일과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예전의 글쓰기가 노트북 앞에 앉아 주제를 찾고 쓸 글을 찾는 것이었다면, 작가님으로 불리는 날들은 하루 종일 내가 먹고, 마시고, 스치는 모든 것들에서 소재를 찾고, 의미를 찾고, 번뜩하는 문장을 찾는다. 그리고는 노트북에 앉아 그것을 옮기는 일을 한다. 평상시에도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셈이다. 나도 이제는 작가란 길에 발을 담갔는지 모른다. 작가는 누가 정해주는 타이틀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타이틀이기에 이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작가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