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당모의 (2)

그러니까 이거슨 후기나 다름없는, 3주 간의 기록

by 안녕

아주 찰나의 순간에 번뜩인 생각이었다.



학교는 매일같이 여지없이 바빴고,

아이들은 교실마다 악을 써댔다.

제 몫을 성실히 해내던 나의 동료들은

그저 묵묵히, 그 시간들을

견디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반짝이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셈 쳐졌다.

드러나지 않아도 빛나는 것이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반드시 제 몫을 해내는 빛을

감히 기록해 보고 싶었다.



감각이 있는 사진작가를 곁에 두고

12월 초부터 12월 22일까지

부지런히 걸었다.



지은 지 40년이 훌쩍 넘은 학교는

곳곳에 세월의 흔적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미 졸업해 떠나간 아이들의 작품들은

빛이 바랜 채 옅은 바람에 흔들렸고,

비뚜름한 계단의 끝엔

하루의 고난함이 고여있었다.



똑똑-



어떤 때에는 경쾌했고

어떤 때에는 조심스러웠다.

나의 마음이

그들에게 무례하지 않길 바랐다.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조심스러운 마음이 가 닿았은 공간엔

적지 않은 부끄러움과

적당한 호기심과

따뜻한 눈빛이 흘러나왔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모든 곳의 하루를 담을 수 있었다.

급식실, 도서관, 교무실, 교실, 복도.

그리고 무심코 지나가는 세상의 모든 곳들.



3주간 촬영한 사진을 받고서

한참을 뭉클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4년 간 근무했던 학교.

곳곳에 배인 추억이 사무쳤다.



바깥에 트리가 반짝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모으고, 또 모았다.

마음을 담아 한 장, 한 장 모아 영상을 만들었다.

우리의 하루를.

그저 제 자리에 빛나던 하루를.



7분.

딱 7분 간 상영된 영상을

보던 54명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제 사진이 나오면 슬며시 웃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



감동적이었다는 후기는

그동안의 고단함을 씻어주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

토닥이며 위로를 건네는 일,

그 일이 하고 싶어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거창한 것만을 기억한다.

화려한 것.

눈에 띄는 것.

남들보다 더 나은 것.



하지만, 지난한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매일매일 묵묵히 버텨오는 하루들이다.

어제가 모여 오늘의 내가 되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힘을 보탠다.



당장은 고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에도

살아온 시절의 내가 손을 내민다.

그렇게 견디고 버텨온 하루 덕에

내일을 꿈꿀 마음을 얻는다.



아주 사소한 하루를

알아주는 마음.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힘들지만

잘 해내고 있음을,

그러니까 괜찮게 살고 있음을

알아주는 마음이 필요했다.



그 마음을 보이고 싶었다.



제 시간 쪼개어 함께 해준 모두에게 고맙다.



고마운 마음은

고이 남아

내일의 나를, 우리를

살아내게 할 테니.



그 또한 고맙다.



따지고 보면

삶이란 그런 거였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를

키우고, 살찌우는.





누구보다 치열했던

더러는 아프고

더러는 행복하고

더러는 눈물짓던,




2025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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