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엄마,
난 눈이 너무 좋아요.
하루만인 게 아쉬워요.
(아빠의 아픈 팔을 토닥이며)
아빠,
이쪽 팔이 아픈 거예요?
(호~ 불어주며) 돌봐주는 거야.
(와르르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으며)
괜찮아! 다시 하면 돼!
해 보자!
(설거지하는 내 옆에서 속상한 표정 지으며)
난 엄마랑 놀고 싶은데...
(한참 있다 조용해서 돌아보면 혼자 그림 그리면서)
엄마 기다리는 거야~
(저녁 먹다가 갑자기)
엄마, 아빠 사랑해요!
(하고 손 하트!)
아이의 말은 그 자체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매일매일 무수히 많이 쏟아지는 말들 중에 흘려보내기 아까운 것들이 귓가에 맴돌다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순수함이 옅어진 난, 엄마이기 전에 사회인 인터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보다는 사회생활에 적합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무엇을 언제까지 해달 라거나, 이 보고서는 이런 내용으로 쓰는 게 맞냐거나, 프로젝트 예산을 잘못 사용했으니 정정해달라는 등, 비교적 딱딱한 말들을 주로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 딸은 다르다. 매일이 새로운 녀석은 감정 표현이 풍부한 편이라 표현도 표정도 다양하다. 하루 종일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듣다 보면 정말 내가 키운 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말들을 뱉어낸다. 수많은 말을 글로 표현하는 바람에 생생함이 많이~ 반감되었다. 심히 아쉽다.
가끔 녀석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꾸밈없이 툭툭 뱉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울림이 있다. 어떤 미사여구 없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쩌면 인간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마음을 노래할 수 있는 시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라면서 표현할 기회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져 조금씩 위축되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녀석이 하는 말이 그 자체로 좋으니 겸허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다. 내 딸이 저렇게 예쁜 말을 했을 때 힘껏 감동하고, 꼭 끌어안아주고, 이렇게 글로 기록해 두는 것을, 꾸준히 해보기로 한다.
** photo by Daiana Polekhin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