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곤히 자고 있는 유니에게
유니야! 안녕. 엄마다. 아마 유니 너는 지금 곤히 잠에 빠져있을 거야.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토요일이고 지금은 새벽 5시 50분을 향해 가고 있거든. 엄마가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느냐고? 그거야... 엄마가 오늘 예약해 둔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라서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중이라서 그래.
너의 여덟 번째 생일을 위해 매일 같이 기록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매일'은 쉽지 않은 것 같아. 잠이 들거나 일에 치여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벌써 오늘이 토요일이야. ㅠ.ㅠ 하지만! 엄마는 목표가 하나 생기면 전진하는 성격이니, '네 생일에 편지를 책으로 엮어 주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조건, 달려갈 테니 걱정 말기를.
음. 여기까지 쓰고 네가 어제부터 노래를 부른 미역국을 끓여주려고 했는데, 넌… 잠에서 깨어 버려 나를 찾고 있어. 엄마표 미역국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너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은 엄마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길!
무튼, 요 며칠 엄마는 참 행복했어. 먼저, 네가 건네준 편지 덕분이야. 스승의 날이라며 적어준 편지에 담긴 메시지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 2018년부터 지금까지 키우느라 고생했지, 라며 시작한 그 편지를 8살 짜이 아이가 썼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어. 엄마보다 성숙한 네 행동 덕분에 엄마는 누구보다 행복한 스승의 날을 보낼 수 있었어. 감동이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정말로 감동이야. 고마워.
그리고 또 하나.
네가 며칠 전에 태권도장에서 하원하면서 엄마, 나 책을 빌렸는데 말이야, 하면서 책 한 권을 보여주었잖아. 그 책 제목을 보고 엄마는 또 한 번 놀랐잖아.
<말 상처 처방전>이라는 책이었는데, 네가 그걸 왜 빌렸는지를 너무 잘 알겠더라고. 지난 주였던가. 유치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네게 무례함을 가득 담아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것이 엄마에게도 너에게도 큰 상처였어. 그지?
- 절교야. 절교.
- 응. 너는 아는 척 해. 나는 모른 척할 테니까.
하는 그 말 끝에 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먹먹한 마음을 쓸어내렸잖아. 그때 손 꼭 쥐곤 용기 있게
- 네가 나한테 그런 말 한 거 기분 나쁘다!
고 쏘아주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마음이 아프다고 했잖아. 엄마와 함께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니? 엄마의 어릴 적도 이야기하면서 우리 마음 정돈하기 위해 노력했잖아.
그런데, 네가 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방법을 찾고 있던 거야. 피아노를 치거나 책을 빌려 읽는 것 같은. 도서관에 직접 가서 책 하나하나 고르며 네 마음에 후시딘이 될 책을 얼마나 신중하게 고르고 골랐을까. 너는 그 책을 고르고 읽고 엄마에게 나누며 얼마나 기뻤을까. 네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엄마는 무척 행복하고 뿌듯하고 기뻤어.
엄마는 너와 같은 섬세한 마음을 지녔지만
그걸 이야기할 상대가 많지 않아 늘 마음속 깊은 곳에 상자를 놓아두고 쌓아 놓기만 했거든. 그런데 나의 딸은 나보다는 더 의연하게 네게 다가온 무례함을 극복하고 있는 거잖아. 어찌 대견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한 참 동안 그 책을 읽고 또 읽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생각했어.
앞으로 유니 너에게
언제고 네 모든 마음을 받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언젠가 나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 책처럼
언제나 찾아 펼치고
위안을 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그런 엄마 말이야.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어머! 편지를 쓰다 보니 벌써
신촌에 도착했어.
병원 진료 잘 받고 올게.
이따 보자.
사랑해.
2025. 5. 17. (토)
- 상쾌한 날씨 가득 담아 신촌에서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