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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양 May 18. 2023

이 세상의 모든 것들아, 안녕!

꽃도, 개미도, 나무도, 바람도!

요즘 세 살을 채워가고 있는 첫째는 인사를 참 잘하곤 한다.

특히 어린이집에 가는 길과 오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과 인사를 하는데 그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꽃아 안녕!

개미야 안녕!

비둘기야 안녕!

나무야 안녕!

바람아 안녕!

멍멍이야 안녕!

초록불아 안녕!

초록버스야 안녕!


안녕! 을 외치는 대상이 참 많기도 한데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들에게 안녕하냐고 인사를 건넨다. 꽃이 연이어 피는 요즘에는 가는 길에 피는 꽃들을 한 번씩 들여다보고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멈추어보곤 하는데, 향기를 맡고는 또 인사를 한다.


"장미야 안녕! 나 갔다 올게!"


인사도 어찌나 밝고 신나게 외치는지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살짝 의식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나도 익숙해져 같이 인사를 해주곤 한다. 그렇게 외치는 인사는 집에서도 이어진다. 


"삐약이야 안녕! 나 갔다 올게!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응가를 하고 기저귀를 갈 때면 애착인형인 노오란 삐약이를 데리고 와 화장실 앞에 세워두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인사를 할 생각인지 자신이 조금이라도 호감을 가지게 되는 대상이라면 그렇게나 인사를 하곤 한다. 그 모습을 보다 보니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라고만 했던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져 나도 함께 바라보는 대상에게 인사를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대상은 인사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그것들을 만나는 반갑고 즐거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인사만 한 것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 아이를 보면서 모든 것에 무뎌진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해마다 바뀌는 계절의 변화가 반갑지만 종종 정신없이 그 계절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한때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이제는 무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바라보기만 해도 함께 하기만 해도 좋은 존재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은 무뎌진 어른. 우리 아이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다시 아이처럼 인사를 해 보면 좋겠다 싶었다.


내가 지나가는 길에 예쁘고 향기롭기까지 한 꽃들아 안녕!

살랑거리는 움직임으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바람아 안녕!

초록초록한 잎들을 나부끼며 햇빛을 더 반짝이게 보여주는 나무야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같은 음악인 보사노바야 안녕!

나의 영혼과 마음을 항상 따뜻하게 채워주는 차야 안녕!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나니 그 존재들도 나에게 인사를 건네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이 시기에 가진 맑고 밝은 마음을 아이가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에게 인사를 고하듯이 그들도 늘 우리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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