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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 Jan 09. 2017

약한 연결

타인의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자아를 찾는 방법

인터넷에서 뭘 찾기 위해 대부분 구글google.com에 해당 검색어를 넣는다. 웬만하면 찾고자 하는 내용의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지만 국내에 한정된 정보라면 국내 검색 포털에서 한번 더 검색을 해본다. 최근의 데이터는 검색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특정 포털의 블로그 글은 잘 찾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의 알고리즘 탓이겠지만 구글 검색에 찾아지지 않도록 포털에서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


해외 자료의 경우는 대부분 구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글로 검색하기보다는 원어로 찾아보는 것이 더 풍부하다. 특히 이미지 자료는 한글로 찾는 것보다 영어로 찾는 것이 더 많은 결과를 보여준다. 당연히 한글을 사용하는 국가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가 많기 때문이겠지만 당연히 한국적인 것도 한글로 검색한 것보다 많을 때는 당혹스럽다. (지금은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이 바뀌었는지 정상적인 검색이 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지 'ㄱ'을 검색했을 뿐인데 음란물이 검색되는 경우도 있었다.)


구글의 검색은 사용자가 많이 찾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그러한 결과를 분석해 다음 사용자가 검색했을 때 좀더 정확한 정보를 보여주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점차 성장한다. 즉, 국내에서 한글 약자로 그러한 음란물을 올려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색에서 노출되는 것이다. 이런 검색 알고리즘 덕분에 구글 그리고 인터넷에 쌓이고 있는 데이터는 상상하는 것보다 방대하다. 초기 정리된 데이터만 검색해주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개개인의 일상까지 SNS로 모아지고 있기에 단순한 정보가 아닌 개개인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정보검색사 자격증은 비록 쓸모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빅데이터'는 굉장히 많은 정보를 파악하여 사용자도 모르고 있던 결과를 예측하거나 검색하려던 키워드의 이면을 알려주기도 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 올린 고객의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쉬운 일이다. 단지 구글에 로그인되어 있는 것만으로 자신이 보고 있는 검색 결과를 맞춤형으로 내보낸다. 덕분에 어느 정도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찾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편리함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쩌다 방문한 사이트의 기록이 남아있어서인지 하단 광고는 그 사이트의 상품들로 반복되고, 몇 번 검색했던 키워드 기록이 남아 비슷한 글자를 입력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해당 키워드를 붙여준다. 처음에는 편했지만 점점 양식장에 길러지는 물고기처럼 벗어나기가 어렵게 된다. 가끔 브라우저의 history를 비우거나, 캐시를 삭제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새로운 기분이 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쌓인 내 삶의 패턴에 맞춰 인터넷 환경도 틀이 생긴다. 


한편 이러한 구글의 굉장한(?) 검색 능력 덕분에 삶을 편집해서 SNS에 올리게 되기도 한다. 우연히 밖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내 모습이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적어도 말끔한 옷을 입은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처럼, 인터넷에서도 검색을 통해 발견될 내 모습이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SNS를 하면 할수록 그렇게 되는 것 같아 공개되는 정보를 막는 것을 비롯해 이제는 접속도 자주 하지 않고 기록을 남기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고 한다. 이처럼 '빅데이터'와 검색 기술의 발전이 갖는 부작용이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수동적인 결과를 내놓던 인터넷이 기술의 발달과 빅데이터를 통해 점차 능동적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삶은 반대로 수동적이 되어간다. <약한 연결>의 저자 아즈마 히로키는 이 같은 인터넷, 구글의 통제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장소를 바꾸고 구글이 예측할 수 없는 말을 이용해 검색하라고 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장소를 바꾸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사고 회로를 재배치하라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 실제 여행을 통해 장소를 바꿔가며 이에 대해 통감한 내용을 이 책 <약한 연결>에 담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자기계발서 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여행서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처음 이 책의 몇 줄 소개와 책 제목만으로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인간관계에 대한 비판이 내용의 전부가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생각했던 것처럼 SNS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는 더욱 아니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경험을 극대화하고, 우연한 만남(경험)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새로운 검색어를, 새로운 만남을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 경험을 여행에 빗대어 독자로 하여금 '관광객'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권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의 <관광객의 5가지 마음가짐>은 이 책을 함축하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땔래야 땔 수 없는 시대에서 타인이 만든 정보의 홍수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여행을 재촉하고 있다.




약한 연결

:검색어를 찾는 여행

弱いつながり : 検索ワードを探す旅

북노마드, 2016


<약한 연결: 검색어를 찾는 여행> 북노마드, 2016


14p. 사람들은 대게 현실의 인간관계가 강하고, 인터넷은 얕고 넓은 약한 유대간계를 만드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인터넷은 강한 유대관계를 더 강하게 만드는 미디어이다. 믹시나 페이스북을 떠올려보라.



33p. 인터넷은 그런 자기 긍정을 강화하는 미디어다.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무료이기 때문에 돈이 없는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유명인은 그런 '돈 없는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특정 정보는 감추게 된다. 그들은 "규동을 먹었다" "편의점에 갔다"고 쓰지만 "어느 호텔에서 숙박했다"고는 쓰지 않는다. … 그들의 계정을 팔로우하면 그들과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다. 그들의 트위터를 아무리 쫓아 읽어도 그들의 자산이 얼마인지, 어떤 차를 타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정말 리얼한 정보는 트위터에 쓰지 않는다. 


34p. 인터넷에는 정보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정보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자기가 쓰고 싶은 내용만 인터넷에 쓰기 때문이다. 


48p. 애당초 검색은 정보를 찾는 쪽이 적절한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으면 기능하지 않는다. … 자동 번역을 쓰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분명 현재 자동 번역은 상당한 정확성을 자랑한다. 따러서 적절한 러시아어 페이지에 도달하면 구글 번역을 사용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애초에 그 페이지에 도달하는 길을 모른다는 데 있다. 도달하기 위해서는 가타카나 'チェルノブイリ'도, 알파벳'Chernobyl'도 아닌 키릴 문자 'Чернобыль'을 검색창에 입력해야 한다. … 오늘날 언어의 벽은 수동적인 '읽기'측면에서는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능동적인 '찾기'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53p. 검색이란 일종의 여행이다. 검색 결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관광객의 시선과 닯아 있지 않은가?


69p. 인터넷은 기호로 구성된 세계다. 글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음성과 영상도 마찬가지로, 결국 인터넷은 인간이 만든 기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넷에는 누군가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만 있다. '표상 불가능한 것'은 거기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은 무의미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말로 할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 중요한 것은 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평소와는 다른 검색어로 검색하는 것이다.


142p. 이 책에서'새로운 검색어를 찾아라'라는 표현을 통해 거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통계적인 최적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우연에 몸을 맡기라"는 것이다. 최적의 패키지를 음이한 후에 고르는 인색은 온라인 서점의 추천에 따라 책을 사는 것과 같다. '꽝'을 뽑는 일은 없겠지만 대신 만남도 없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어쩌다 눈에 들어와 사게 되는, 그런 우연성에 몸을 맡기는 쪽이 훨씬 풍부한 독서 경험을 가져온다. 



관광객의 5가지 마음가짐

①무책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148p.여러 공동체에 속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모든 공동체에 온전히 인격을 맞출 필요는 없다. 여러 공동체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할 필요도 없다. 일종의 관광객, '손님'이 되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여러 공동체에 걸쳐 있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②우연에 몸을 맡긴다.
149p. 인터넷에 의존하면 자기와 닮은 정보에 둘러싸여 약한 유대관계를 손에 넣을 기회를 잃는다.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대항하는 방법은 현실에서 예상 밖의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 …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검색어가 고정되고, 있었을지도 모를 만남도 생기지 않는다 …

③성공과 실패를 생각하지 말자.
151p. 빈틈없는 계획을 세워 두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에 대응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국면이 도래했을 때 그때까지 해온 것에 구애받지 않고 미래를 위해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다.

④인터넷과 연결된 상태로 있는다.
154p. 무엇보다 여행하면서 새로운 검색어를 손에 넣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 현지에서 생각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색해서 그 자리에서 견문을 넓히자.

⑤그러나 무시한다.
155p.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열심히 올리는 사람이 있다. 그 기분은 이해되지만 그래서는 여행의 의미가 없다. …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일상과 다른 환경에 있으면서 평소의 자신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일을 하는 것이다. 



저자: 아즈마 히로키 東浩紀

1971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도쿄 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솔제니친 시론』으로 데뷔했고 다수의 인문과학 계열 잡지에 평론을 게재했다. 1998년 『존재론적, 우편적─자크 데리다에 관하여』로 제21회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했다. 포스트모던에서 오타쿠 문화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발언과 논고를 전개하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논객 중 한 명이 된다. 그 외의 저서로 『우편적 불안들』, 『동물화 하는 포스트모던』,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동물화 하는 포스트모던 2』, 공저로 『도쿄에서 생각하다』, 『캐릭터스』 등이 있다. 2010년에는 그의 첫 장편소설인 『퀀텀 패밀리즈』로 미시마 유키오 상을 수상했다. 현재 와세다 대학 문학학술원 교수 및 도쿄 공업대학 세계문명센터 특임교수로서 교편을 잡고 있으며, 출판사 합동회사 ‘콘테크튜어즈’ 대표로서 언론지 『사상지도β』를 발행 중이다. TV 애니메이션 「프랙탈」의 스토리 원안자로도 참여했다. 2012년 현재 겐론사의 대표이자 편집장으로서 언론지『사상지도β』를 발행하고 있다.


역자 : 안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 일본 문학을 전공했다. 도쿄대학 총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대 일본 비평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문지웹진》에 「가라타니 고진과 현대 일본」을 연재했고, 겐론사의 사상지 《겐론》에 현대 한국 사회에 관한 글을 연재 중이다. 「현대 일본의 새로운 ‘계급’을 둘러싼 지적 지형도」 「‘소설의 종언’ 이후의 일본 소설론 - 하스미, 오쓰카, 아즈마」 「대전환의 예감, 보이지 않는 윤곽 - 3.11 이후의 일본 사회」 등의 글을 통해 아즈마 히로키를 논해왔다. 옮긴 책으로 『일반의지 2.0 - 루소?프로이트?구글』(아즈마 히로키) 『이 치열한 무력을』(사사키 아타루) 『야전과 영원』(사사키 아타루) 등이 있다.


by THANKSBOOKS

땡스북스 금주의 책 2016년 1월 5일 ~ 1월 12일


주1. [by THANKSBOOKS]에 게재되는 글은 홍대앞 동네서점 땡스북스에 올렸던 에세이/리뷰를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필요에 따라 처음 게재되었던 글과 다르게 편집/각색되거나 내용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주2. 위 내용은 개인적인 감상으로 출판사 및 땡스북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3. 발췌된 책의 내용과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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