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예약 사이트의 기술 - 쿠키
20대가 끝날 무렵까지 내 인생에 역마살이 있다는 점괘를 봐온 친구에게 코웃음을 쳤지만 30대가 지나면서 슬슬 의심되더니 30대가 끝나기도 전에 점괘를 봐준 역술인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10박 11일 매달 여행이나 워크숍으로 국내 곳곳과 해외에 나가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딱히 그래야 할 직업은 아닌데 들어오는 일이 방문을 필요로 하거나 현지 자료가 필요하거나 하는 일이니 이것은 내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다. 올해는 시작부터 도쿄를 경유해 나가노를 다녀왔고 이어서 오사카에 일이 있었고, 국내에서는 평소에 안 가봤던 평창과 안동을 다녀왔으니 (여행 자주 다니시는 분은 우습겠지만) 집-회사만 왕복하던 내 기준으로 볼 때 이것은 분명 역마살이 분명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여행을 자주 가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비용을 아끼고자 안 쓰던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우선 항공권은 평소에 여행사나 예약 검색 사이트에서 구입하던 것을 항공사 사이트에서 직접 알아보고 최저가를 비교해본다거나 특가가 뜨는 것을 기다린다. 아무래도 중간에 하나가 걸치면 수수료만큼 더 비싸지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간혹 여행사가 가지고 있던 물량이 남아서 최저가보다 더 낮게 나오기도 하니 이것도 결국 운이려나?
다음으로 여행 비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항공권 아니면 호텔 숙박료다. 항공권이 결정되면 이어서 숙박을 신경 쓰게 된다. 이왕이면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시설을 쓰고 싶고, 교통편과 동선을 고려해야 하니 항공권 예약보다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호텔만큼은 호텔에 직접 예약하기보다 위치나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예약사이트를 찾게 된다. 할인쿠폰이나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호텔에서 직접 예약하는 것보다 좀 더 아낄 수 있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이겠지만 얼마 전 예약한 호텔의 가격을 다시 살펴보다가 혹시나 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약 사이트가 이용하는 '쿠키'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우선 쿠키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쿠키cookie란 무엇인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웹사이트에서 알려주는 쿠키에 대한 정의는 "사용자가 웹 사이트를 처음 방문할 때 웹 사이트에서 사용자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해 놓는 작은 파일" 이다. 일종의 신분증으로 사용자가 해당 사이트를 다시 방문했을 때 그 사이트에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https://www.microsoft.com/ko-kr/security/resources/cookie-whatis.aspx
2. 쿠키를 이용하면?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 사용자가 로그인하지 않았더라도 클릭했던 상품이나 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품을 다음번에 다시 방문했을 때도 계속해서 발견하게 할 수 있다.
3. 쿠키를 이용 못하게 하려면?
사용하고 있는 브라우저에 따라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간단히 쿠키를 끄거나 회피하는 방법은 "개인 정보 보호 브라우징" 즉, 크롬의 "시크릿 모드", 익스플로러의 "InPrivate 브라우징"을 이용하면 된다. 크롬에서 간단히 단축키로 설명하자면 ctrl+shift+N(맥은 cmd+shift+N), 사파리나 익스플로러도 단축키가 같다.
해당 기능을 이용하면 창을 닫는 순간 인터넷 사용기록을 삭제하기 때문에 새로운 창을 열면 쿠키를 비롯한 사용기록이 없는 상태가 된다.
좀 더 복잡한 방법으로 쿠키를 삭제하거나 이용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불편한 부분도 있으니 우선은 간단한 방법을 사용해보길 권한다.
그렇다면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쿠키를 어떻게 이용하고 우리가 왜 쿠키를 알아야 할까?
1. 예약 사이트도 쿠키를 이용한다.
예약 사이트는 사용자가 날짜와 장소를 검색하면 그것을 쿠키에 남겨둔다. 다음 방문할 때 검색했던 장소가 남아있어서 더 편하게 숙소나 항공권을 찾게 해 주고, 당장 예약하지 않았다면 예약을 서두르게끔 계속해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한 정보... 바로 "최저가"기록을 남긴다.
2. 예약 가격은 수시로 변한다.
해당 날짜에 예약이 취소되어 수량이 늘어났거나 새롭게 프로모션을 열었거나 하는 경우 1~2%라도 가격에 변동이 생긴다. 몇 백 원 차이야 넘어가겠지만 몇 천 원, 많게는 몇 만 원까지 차이가 나면 너무 아깝다. 특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시점이 몇 개월 전이라면 예약해두고 잊어버릴 수도 있는데, 중간에 가격 변동이 생긴다고 해서 최저가로 예약해주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3. 잡힌 물고기에게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
사용자가 중간에 점검하기 위해 다시 예약사이트를 들려서 최저가를 검색해도 처음 검색했던 가격보다 나은 조건의 가격은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말 최저가에 예약했기 때문일까?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예약 사이트가 최저가를 숨기는지 순서를 바꾸는지 알 수가 없다. 바로 "쿠키"에 담긴 정보로 우리가 이미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4. 쿠키를 막으면 새로운 사용자로 인식한다.
사용자가 쿠키를 삭제했거나 시크릿 모드로 접속했다면 해당 사이트는 새로운 사용자로 인식한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로운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을까? 만약에 쿠키를 이용해서 가격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변동이 생긴 최저가를 검색에서 누락시키거나 순서를 바꾸는 꼼수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최저가 검색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쿠키를 막고 해볼 생각이다. 아예 다른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다. 어려운 방법이 아니니 혹시나 싶을 때 이 글을 떠올려 주길 바란다.
요약
1. 사용자 정보와 최저가 기록 등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해당 사이트에 대한 쿠키가 남는다.
2. 예약 사이트에서도 쿠키를 이용하기 때문에 재방문자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3. 쿠키를 막고 검색하면 새로운 사용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