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컴퓨터는 내가 쓰고 있는 맥북프로를 제외하고 전부 아이맥이다. 아무리 애플이 모니터를 잘 만든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 주변 빛 환경이 바뀌면 색이 틀어지기 마련이다. 디자인 회사에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도구가 없으면 안 되겠다 싶어 몇 달 전 비용을 들여 구입했다.
예전에는 모니터 상태가 어떻든 컬러 값을 외우다시피 해서 작업을 했었다. 인쇄로 들어가면 RGB 컬러였던 작업물이 CMYK로 어차피 바뀌니 모니터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좋아하는 별색은 컬러 값을 외우기도 했었고 인쇄밥도 제법 먹었으니 이제는 인쇄에서는 이 색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한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쓰는 색은 모니터에서 어떻게 표현되던 원하는 정도로 인쇄는 가능하다. 아니 인쇄소에서 맞춰줬었다. 필름으로 인쇄하던 당시에 노출값을 조정하던 인쇄압을 올리던 기장님들을 들들 볶으면 맞춰지긴 했다. 그런데 이제는 컴퓨터로 판을 뽑거나 아예 판도 없이 바로 인쇄에 들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살아가던 판도 같이 바뀌었다.
모니터의 캘리브레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밝기와 색온도. 컬러 수의 편차는 모니터마다 구현이 달라서 결국은 고가의 모니터로 가야 원하는 색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밝기와 색온도는 어느 정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내 모니터에서 보이는 색상의 농도가 거래처의 모니터에서도 똑같이 보일 것이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기준값이고 적어도 밝기와 색온도만 보편적으로 가져가도 서로 얘기하기가 편하다. 인쇄에서도 농도 맞추기가 쉽다.
모니터 컬러를 열심히 맞추다 보니 그동안 칙칙한 회색인 줄 알았던 사이트의 배경이 나름 고급스러운 warm gray다. 상품들의 우윳빛 외장도 꽤나 고급스럽게 보인다. 그저 평범한 흰색으로 알았는데 말이다. 혹시 모를 일이다. 누군가는 모니터 색온도가 틀어져 배경은 cool gray로 보이고 상품은 값싼 플라스틱처럼 보일지도.
삶도 마찬가지다. 색안경을 안 썼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모니터도 2주마다 색 조정을 한다. 나이는 들어가는 데 내 기준만 생각하면 결국 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