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가 울면서 깬, 선명히 기억하는 꿈.
꿈에 형이 나왔다.
집 가는 길에 있던 핸드폰 매장은 며칠 전 짙은 연기로 사람들이 대피하고 소방차가 출동했던 곳이었다. 막 그 매장을 지나쳐 가는데 이번에도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전과 달리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도망치지 않았고, 곧 지니라도 나올 것 같이 기이하게 회오리치는 연기를 피해 문 앞 의자에 앉은 매장 직원은 담배를 피우며 귀찮다는 듯 통화를 하고 있었다. 조그만 담배 연기는 느리게 이동하다 곧 매장 연기에 휩쓸려 하나가 되어 하늘로 올랐다. 연기가 회오리치는 모습은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고흐의 그림들에서 보이는 필치 같았다.
혹시 내가 도울 게 없을지 잠시 문쪽을 보는데 선균이 형이 연기를 등지고 나를 보며 서 있었다. 짙은 색 정장을 입은 채였다. 지금 생각하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봤던 마지막 모습 같기도 했다. 평소에 만나는 형은 항상 편한 복장이었지만, 너무 놀랐던 터라 꿈에서 복장이 이상하다는 데는 생각이 미치지도 못했다.
형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 심장 저 아래 어딘가에서부터 급속히 끓어오른 뜨끈한 무언가가 울컥 올라와 눈, 코, 입으로 터져 나오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
‘아 씨, 나는 형 죽은 줄 알았던 말이에요.’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처럼 펑펑 우는 틈으로 겨우 삐져나온 말은 이랬다. 그건 뭔가 속아서 분하다는 듯한 투정에 가까웠다.
‘야, 내가 죽긴 왜 죽어, 어? 하하.’
형이 주저앉은 나를 지나 내 등쪽에서 약간 몸을 숙인 채 웃으며 말했다. 특유의 저 웃음. ‘이게 꿈이구나’라는 걸 인지한 순간이 언제쯤인지 기억나지 않지만(형을 알아본 직후였을지도) 그건 그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형을 만났다는 데 온 감정을 쏟고 있었으니까.
나는 집 밖에서는 차갑고 강한 페르소나를 쓰고 다니며 주변 눈치도 많이 보고 남이 보기에 이상하거나 ‘나약'해 보이는 행동은 평생 해본 적이 없었다. 상대에게 친근하거나 다정하게 대하고 싶어도 실제 드러내는 모습이나 감정 표현에는 한없이 인색하다. 이렇게 무너져내려 오열하는 모습은 내 행동 사전에는 없다.
‘라이너야, 일어나. 가자.’
몸 일으키는 걸 도와달라고 형에게 오른팔을 뻗었던가. 그저 땅을 짚고 바보같이 울기만 했던가. 손을 내밀었어야 했는데. 형이 잡아줬다면, 그 물리적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주저앉은 몸이 일어나지질 않았다. 힘이 풀린 두 다리가 남의 다리처럼 거기에 있기만 했지, 힘이 주어지질 않았다. 형이 살아있어서 다행인데, 형이 없어질 걸 알아서 슬펐다. 아니, 슬프다기보다 어쩔 줄을 몰랐다.
여기 내 옆에 있지만, 눈을 뜨면 없을 거잖아. 일어나서 형을 콱 안고 싶은데, 다른 데 가지 못하게 안고 안 놔주려고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질 않네.
형, 나는 어떻게 해야 돼? 형, 나는 어떻게 해야 돼? 형, 나는 어떻게 해야 돼?
2026.01.09. 깨자마자 잊지 않기 위해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