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인지 강요인지 아들의 말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세상살이 힘든 세대가 있었을까?
그들이 굳이 직접 얘기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럽다.
왜 그렇게 됐을까...
나는 30살, 28살 남매를 두었다.
소위 금수저가 아닌 탓에 열심히 지들 앞가림을 하느라 노력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더디지만 조금씩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두 아이 모두 초, 중, 고 다닐 적 학교를 찾아다닌다거나 하는 열정은 부족한 엄마였기에
스스로 네 인생들 잘 개척하거라~ 늘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지금의 두 아이의 현재는 어쩌면 빠른 상황파악을 했던 그들의 영민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엄마한테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짐짓 "그래~ 너네가 독립적인 것은 엄마의 공도 3할 정도는 포함되어 있지!"라며 뿌듯해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성장해서 자기 자리를 잡는 오늘까지 내가 간과한 게 있었으니
퇴직하면 부모도 자식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자식들에 얹혀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맹세코, 단 한순간도...
무더위가 살짝 꺾인 듯한 지난 금요일 저녁,
여유로운 마음으로 딸아이와 빨래를 개키고 앉아 있는데, 아들이 운동을 마치고 씻고 나와서
지 옷들을 주섬주섬 챙기다가 문득 "엄마 퇴직 몇 년 남았지?" 하고 물어온다.
"응, 2년?, 왜 물어?"
"아~ 얼마 안 남았네? 엄마 퇴직하고도 일 계속할 거지? 새 직장 알아봐서?"
뭐지? 갑자기 스멀스멀 서운함이 밀려온다.
"얘, 퇴직하고 쉬어야지, 또 일을 해?"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아아니~ 엄마, 집에서 그냥 있기엔 너무 젊고 아깝잖아 그래서 그런 거지~"
아들은 엄마의 예민한 반응이 뜨악한지 말 끝을 흐린다.
아들의 말이 맞다.
60대 은퇴는 너무 젊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자칭타칭) 워킹맘으로
60대 은퇴는 자원낭비라고 부르짖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오죽하면 아들과 딸이 엄마는 일이 우선인 사람이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을까?
그 때문에 남편한테 싫은 소리도 무척 많이 들었고, 다투기도 많이 했었다.
다 맞는 말인데 서운함에 울컥 한 건 왜일까?
아마도 빈말이라도 아들의 입에서 "엄마, 퇴직하면 그냥 쉬면서 엄마 하고 싶은 일 해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라는 말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타가 왔다. 나 늙었구나!
쿨한 척 사고가 젊은 척하고 살았지만 조금씩 늙고 있었구나!
서운함에 우울함까지 밀려든다. 에구~ 못났다!
나와 같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분들은 모르긴 해도 맘이 싱숭생숭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맘먹으면 덜 두려울 것 같다.
은퇴는 내가 몸 담았던 사회와의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내 역할을 또 찾아가면 된다는 것을...
은퇴를 준비 중인 모든 분들, 용기 내시길 바란다.
우린 아직 너무 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