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부부 이야기

꿈꾸다 이루어졌다! 이번엔 3달 살기!

by teaterrace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나?


언제부턴가 나의 소망은 제주에서 사는 것이었다. 처음 찾았던 제주는 나에게 당혹감을 주었고, 두 번째 제주는 나에게 남편감을 주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주에 반해 틈만 나면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곤 했다. 아이를 낳고는 잠시 뜸하긴 했지만, 아이가 조금 크고 나서는 여전히 제주를 좋아했다.


제주에서 아이 키우면 참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남편이 제주사업소로 발령 나는 것을 소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로 제주로 오게 되었다.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제주, 제주 하더니 정말 가네?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더니 진짜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한편으론 꿈같기도 했고,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익히 들어왔던 타지인에 대한 텃세라든가, 다른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한 걱정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한꺼번에 폭풍처럼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주말 또는 월간 부부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고, 3개월 남은 휴직을 탈탈 털어서 쓰기로 결정했다. 우선은 아이를 키우며 살기에 적합할지, 내 삶의 터전이 전혀 연고 없는 땅으로 옮겨와도 괜찮은지를 실험하는 기간으로 두기로 한 것이다. 멀쩡한 직장을 당장 그만두고 완전히 타지로 옮길 만큼의 용기는 없지만, 살아보면서 확신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제주살이.


이번엔 3달이다. 한 달 살기처럼 이곳저곳 구경하는 삶이 아니라, 정말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를 원에 보내고, 가족을 위한 식사준비도 하는 그야말로 생활.


이제 나도 제주댁이라고 불러다오.


한 달 살기도 나름 길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한 달을 살아봐도 제주는 그립기만 하더라. 제주의 3달 살이는 어땠을까.


우선 제주에서 살기 위해서는 집이 필요했다. 이사를 했고, 적당한 어린이집을 찾아 보냈고, 그리고나서 이제 본격적인 삶을 사는 일을 했다. 그 가운데는 제주여서 가능했던 일도 있었다. 이를테면, 고사리를 딴다든가, 보말을 줍는다든가 하는 일들 말이다. 때로는 숲길을 걷기도 했으며 황혼녘 바다노을을 바라보며 치맥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남편만 제주에 두고 육지로 돌아왔다.


이제 그 3개월간의 제주생활, 그리고 그 후 우리에게 주어진 주말부부의 삶과 애환에 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제주 사는 남편, 육지 사는 아내. 이른바 제육 부부의 삶.


제육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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