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를 마치고 다가오는 방학을 기다리면서 한 가지 더 결정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아이의 어린이집 문제.
본거지에서 새로 다니기로 한 원이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제주행으로 본원을 취소하고 제주로 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옮기기에 앞서 3달을 지내면서 아이를 원에 보내는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에 대한 결심이 쉬이 서지 않았다.
어쩌면 제주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그곳에서의 생활을 충분히 즐길 여유는 이때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시에 5살이면 또래집단에서 얻는 기쁨을 배워가야 할 나이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맞섰다. 비록 3달뿐이지만 아이의 결정적 시기를 놓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한 달 살기를 할 때 조차도 전학을 시켜 아이의 본래 생활의 연속성을 유지시켜주려는 부모들이 많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아이와 그들로 인해 본래 환경에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제주의 아이들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임시 전학생을 받지 않는 학교도 있기에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지난 한 달 살기에서는 아이와 나와 자연의 교감이 우선이었기에 충분히 그것을 만끽하고 돌아갔었다. 이번에는 아이도 조금 컸고 원에서도 충분히 제주의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생각을 했고 나 역시 아이로부터 독립된 제주에서의 진짜 생활을 할 필요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잠시라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아이를 보내기로 하면서 집과 멀지 않은 어린이집 중에서 평판이 좋은 곳을 물색했다. 남편회사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맘 카페에서 정보를 얻기도 했으며 이사 갈 집에서 나오는 아이 엄마에게 물어보기도 하는 등 여러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했다. 숲체험 어린이집, 복지법인 어린이집 등 여러 요소들이 나왔고 추려진 3개의 어린이집에 대기 신청을 넣었다. 운 좋게도 집에서 멀지 않은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고 그곳에 다니기로 결정을 했다. 3월 2일이 입학인데 임박해서 제주로 가기 때문에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각종 자료는 받지 못한 채로 등원을 했다.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이고 차로는 5분도 채 안 되는 곳에 원이 있었고, 원에서 도보 3분 이내에 포구가 있는 그런 곳이었다. 마당 놀이터에서 종종 나와서 바깥놀이를 하겠지, 유채가 한창인 들판으로 소풍도 가겠지, 바닷가에서 마음껏 풀어놓고 놀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웠던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특별히 숲체험 어린이집처럼 특별한 운영방침이 갖고 있지 않고서야, 제주라고 해도 결국 바깥활동은 육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런 결과에는 미세먼지도 한몫을 했다. 청정제주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떨 때는 육지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서 늘상 미세먼지예보에 귀를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다. 고도제한도 없는 제주에서는 미세먼지의 방패막이가 될 요소들이 육지보다 더 없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데, 미세먼지의 유입경로를 잘 몰라서 하는 무식한 소리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굳이 제주의 원이 육지와 다른 점을 꼽아본다면 식판을 챙겨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육지의 대부분의 원은 식판과 수저세트 그리고 양치세트, 물컵이 기본 준비물이다. 그리고 매일 사용한 식판과 수저세트는 집으로 가져와서 설거지를 하고 다음 날 다시 챙겨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주 원은 식판과 수저를 원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설거지를 할 수고가 그만큼 줄어든다. 물론, 청결에의 의심을 놓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식자재 관리의 청결부터 의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생각으로만 접근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지금 생각해도 아이를 원에 보낸 것이 여전히 잘한 결정이냐고 묻는다면 확신할 자신은 없다. 제주의 어린이집이라고 해서 자연을 만끽할 기회가 다른 땅보다 특별히 더 많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앞으로의 긴 인생에서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엄마와 함께 자연을 만끽한 시간이 더 짧을 아이에게 더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한 것 같은 마음을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답은 없으며, 엄마의, 부모의 자녀교육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후회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