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이네후나야와 아마노하시다테, 완벽한 치유

고베와 바다의교토 4박5일

by 턱시도 Tuxedo

​개항 도시 고베의 모던한 아침을 뒤로하고, 렌터카의 운전대를 북쪽으로 꺾었다. 화려한 태평양 측의 항구를 벗어나, 거칠고 깊은 동해를 마주한 교토의 북부, 이른바 '바다의 교토(海の京都)'로 향하는 길이다. 산과 들을 가로지르며 몇 시간을 내달린 끝에, 마침내 잔잔한 만(灣)을 따라 그림처럼 늘어선 이네후나야(伊根の舟屋)에 닿았다.
​1층은 배를 대어두는 선착장, 2층은 어구 등의 창고 공간으로 이루어진 230여 채의 전통 가옥들. 바다와 문자 그대로 맞닿아 살아가는 이 독특한 마을의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거친 자연을 거스르거나 통제하려 들지 않고, 물의 흐름에 순응하며 그 위에 조용히 삶의 터전을 얹어놓은 사람들의 지혜. 수십 년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장의 파도를 타며 최고급 식자재의 물길을 터온 상인(商人)의 마음에도, 이 고즈넉한 바다 마을은 잔잔하고도 묵직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네 마을의 고요한 여운을 품고 다시 차를 몰아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로 향했다. 산 중턱에 자리한 가사마쓰 공원(傘松公園)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고도가 점차 높아지며 발아래로 서서히 그 장엄한 자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해류가 모래를 실어 나르고, 그 위에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뿌리를 내려 만들어진 거대한 모래톱. 바다를 가로지르는 저 푸른 소나무 숲길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머릿속을 맴돌던 일상의 복잡한 상념들이 일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다리 사이로 거꾸로 풍경을 바라보는 '마타노조키(股のぞき)'를 하니, 바다와 하늘이 뒤집히며 정말로 모래톱이 하늘로 승천하는 용 혹은 하늘로 이어지는 다리처럼 보였다.
​거대한 자연이 묵묵히 빚어낸 조형물 앞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예순의 여행자는 완벽한 치유(힐링)를 경험한다. 화려했던 어젯밤의 고베와는 완전히 다른, 이토록 고요하고 깊숙한 바다의 교토. 전통 료칸의 다다미방에 조용히 짐을 풀고 앉아, 창너머로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평온한 두 번째 밤을 맞이한다.


​[턱시도의 여행수첩 : 바다의 교토, 아마노하시다테와 이네후나야]
우리가 흔히 아는 내륙의 교토시 북쪽, 동해와 맞닿은 해안 지역을 '바다의 교토'라 부릅니다. 그중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는 미야기현의 마쓰시마, 히로시마현의 미야지마와 함께 '일본 3대 절경'으로 꼽힙니다. 약 3.6km의 모래톱 위에 8,000여 그루의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바다를 양분하는 독특한 지형을 자랑합니다.
인근의 '이네후나야(伊根の舟屋)'는 조수 간만의 차가 적은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지어진 독특한 수상 가옥 군락입니다.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전통적인 어촌 풍경은 일본의 중요전통적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상업화에 물들지 않은 일본 옛 어촌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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