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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 제스트 Mar 19. 2023

에어비앤비 IR 데이터로 알아보는 프로덕트 인사이트

실적발표 데이터에서 찾은 프로덕트 / 비즈니스 인사이트

얼마 전, 에어비앤비는 2022년 연간 실적 발표를 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9%나 상승했습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엄청난 위기를 맞았던 에어비앤비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전환하게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실적 발표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주식에 대한 분석이 아닌, 에어비앤비의 프로덕트와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정리해 놓은 만큼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고 좋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데 관심 있으신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


2022년 실적발표

에어비앤비는 기존에 있던 의심과 우려를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떨쳐버렸습니다.


재무 지표

비즈니스 지표


흥미로운 인사이트와 데이터

실적 발표 이벤트를 보면서 특별하고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숙소 가격과 관련된 프로덕트 인사이트

가격은 숙소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많이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인데요. 이번 이벤트에서는 에어비앤비에서 가격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덕트 업데이트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다 보면 숙소 리스트에 표시된 가격과 실제 결제창에서 나타나는 가격이 달라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지금까지 미국 여행 정보 사이트들의 관례였던 수수료를 제외한 최저가를 표시하던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고객이 토글 버튼을 통해 수수료 등이 포함된 “전체 요금 표시”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UI 변화는 예약 지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고,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합니다. 이 사례를 보면서 역시 고객을 속이는 요소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는 게 데이터로 증명된 것 같아 참고하기에 매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 숙소에 관해서는 제공되고 있지 않은 듯했습니다.)


유저들에게 투명하게 가격을 공개하는 것 외에도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들이 적절한 가격에 숙소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프로덕트 업데이트도 진행했습니다.


CEO Brian Chesky는 에어비앤비가 시작할 때부터 중요한 밸류였던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호스트들이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검색 결과 노출에 가성비가 좋은 숙소를 우선시하고, 호스트들이 고객이 실제로 내는 가격(수수료를 더한 가격)을 볼 수 있도록 해 호스트들이 고객의 입장을 더욱 고려한 가격 책정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호스트들이 고객들이 실제로 내는 가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가격을 알았을 때는 할인해 줄 의향을 밝힌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변화가 평균거래액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유저에게 더 좋은 유저 경험을 제공하는 만큼 장기적인 수요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자신했습니다. 이렇게 에어비앤비가 항상 유저 경험을 최우선시하고 유저 경험이 장기적으로 회사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한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이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비즈니스 전략적으로 평균 거래액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성장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숙소 당 평균거래액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평균단가보다는 거래건수를 통한 성장을 우선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Supply Side 에어비앤비 호스트에 대한 인사이트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에서는 Supply Side(공급자)를 잘 관리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요, 에어비앤비는 Supply Side인 공급자를 정말 잘 관리하는 기업입니다. 2022년에 에어비앤비는 약 9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숙소를 추가했는데 이는 YoY로 16%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대부분의 호스트들이 오가닉 하게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어비앤비를 사용해 본 유저가 직접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고 손님이 많은 경우 지인들에게 호스트가 될 것을 추천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전체 호스트 중 36%가 호스트가 되기 전 고객으로 에어비앤비에서 묵은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 성공적인 바이럴 루프는 2019년 대비 숙소 리스팅은 26%, 거래된 숙소는 24% 증가했다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오가닉 유입의 바탕에는 호스트들이 경험하는 UX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있었습니다.

Airbnb Setup

Airbnb Setup

호스트가 되는 과정을 개선하는 캠페인

호스트가 되는 과정에서 에어비앤비에서 인증한 “슈퍼호스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제공

첫 고객으로 에어비앤비를 많이 사용해 본 고객만 받는 옵션 제공

Airbnb Setup이 포함한 “Airbnb it” 캠페인을 진행한 후, “호스트 등록” 랜딩페이지 방문자 수가 2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AirCover

호스트의 재산 보호 프로그램. 2022년 AirCover 내 신분인증 강화 및 보험 보장 금액을 증가   

AirCover 프로그램 개선으로, 피해 보상을 받아야 했던 호스트들의 NPS가 초기에 비해 무려 70점 증가



인력과 업무환경에 대한 인사이트

QnA 세션을 들으면서 정말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력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7500명가량의 전체 인력 중 약 25%를 해고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한 투자자는 에어비앤비가 이러한 일을 겪고 난 후에도 최고의 인력을 유지하고 리크루팅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CEO인 Brian Chesky는 레이오프로 인해 더 작고 효율적인 기업이 되었다며 이를 겪으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먼저, 인력이 줄어들다 보니 미팅에 참석하는 인원이 줄어들고 팀원들이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최고의 인력이 밀도 있게 가장 중요한 몇 가지에 문제에 집중할 수 있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는 현재 2019년에 비해 인력은 5% 줄어든 것에 비해 매출은 무려 75%가 증가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최고의 인재들끼리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구성이 만들어지다 보니 일을 처리하기가 쉽고 편한,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더욱 발전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앞으로도 작은 규모의 인력을 유지해 “해군보다는 특수부대 같은” 인력구성을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신생 회사인 에어비앤비도 인력 증가로 인한 비효율을 찾고 인재 밀도가 높은 업무환경 형성을 통해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게 정말 놀라웠는데요. 역시나 인재 밀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됨과 동시에 유연한 인력규모 조절이 어려운 한국에서는 어떻게 기업이 인재밀도를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관하여

요즘 트렌드인 인공지능을 에어비앤비에 적용할 지에 관해서도 재밌는 인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정형화된 물건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본인의 집을 숙소로 내놓는 방식인데요. 이 때문에 판매하고 있는 숙소를 정형화된 SKU로 정리할 수가 없고 유저 입장에서는 내게 맞는 숙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모든 리스팅이 검색은 되지만 검색이 된다고 해서 유저가 내게 맞는 숙소를 찾는 게 쉬운 건 아닙니다.


에어비앤비에는 똑같은 숙소가 절대 없고 리뷰도 1억 개가 넘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은 많지만 카테고라이징 하기가 어려운 롱테일(long tail) 데이터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경영진은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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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저는 에어비앤비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갖고 있었지만 비즈니스나 프로덕트로서 에어비앤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실적발표를 분석해 보면서 에어비앤비가 얼마나 뛰어난 기업인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리스펙트 하게 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적이 좋아 분위기가 좋은 것도 있었겠지만, CEO Brian Chesky가 프로덕트와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투명하게 공유한 점과 이런 정보를 이끌어낸 투자자들의 수준 높은 질문도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티클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런 인사이트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에어비앤비가 유저 중심적인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나 HR 적인 부분을 접근하는 방식 등의 인사이트는  마켓플레이스 기업이 아니어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재밌고 특별한 아티클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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