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산업 이슈, 정치적 이용 안돼
#게임 산업 규제는 이제 그만
#게임법 전부개정안 논의가 먼저
산업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특히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말이다.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환부는 도려내며, 아픈 곳들은 치료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만들어져야 그 산업은 발전할 수 있다.
특히 환부를 도려낼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도려내야 할 상처가 맞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대다수가 동의를 하고, 환부를 도려내기로 했다면 그 다음에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어떤 수술 도구를 쓸 것인지, 환부를 도려낸 후에는 어떤 소독약으로 소독을 해 덧나지 않게 할 것인지, 드레싱을 지속적으로 며칠간 해줘야 하는지 모든 것을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전부 개정안 논의, 시작도 안했는데...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란 법률 전부 개정안(게임법 전부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는 법안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확률 공개를 게임사들의 자율에 맞겼지만 이제부터는 법으로 이를 의무화 하겠다는 법안이었다.
이용자들은 즉각적으로 환영의 의사를 내비쳤다. 게임업계는 난감한 모습이었지만 예전처럼 드러 누워서 못한다고 발버둥만 치지는 않았다. '메이플 스토리'의 큐브 확률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이정헌 넥슨 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는 "앞으로 넥슨의 모든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정보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헌 의원 역시 "게임 진흥법이 게임사를 죽여서는 안된다"며 "잘못된 부분의 환부만을 도려내자는 것이지 이를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접점을 찾아가는 상황이다.
게임산업, 이해는 하고 계신가요?
그런데 갑자기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중 삼중 구조의 확률형 아이템,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을 입법하겠다고 나섰다. 게임법 전부 개정안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갑작스럽게 더 강한 규제가 등판했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다른 의원이 이슈파이팅을 했다면 헤게모니를 자신에게 가져오기 위해서 더 강한 발언이나 법안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그런 움직임의 하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물론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서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적인 규제와 과도한 과징금 부여는 법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보이는 상처는 다 도려내겠다는 무차별적인 치료 방법은 올바른 치료법이 아니다.
유 의원은 일본도 '컴플리트 가챠' 아이템을 판매 금지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지만, 일본이 금지하는 조항이라고 한국에서도 똑같이 금지할 필요는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은 엄연히 성격이 다르고, 게이머들의 성향도 다르다.
이미 상정된 법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할 시점에 더 자극적이고 강한 규제법을 들고 나와 다시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고 있는 모습은 심히 우려스럽다. 도움 하나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일궈 놓은 세계적 수준의 한국 게임 산업에, 온갖 규제를 들고 나와 산업 발전을 망치려 들 것인가?
게임법 전부 개정안 논의부터 합시다
모든 일은 순서가 있는 법이다. 법안 발의도, 법안이 처리되는 것도 모두 긴 과정을 거친다. 규제 또한 신중하게 해야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도 있기에 긴 과정을 거치고, 절차대로 처리는 것이다.
아직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서 갑자기 '컴플리트 가챠 금지' 조항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직 검사도 하지 않았는데 암이라고 확신하고 온 몸을 망치는 '항암제'부터 들이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항암제는 암을 없앨 수는 있지만, 정상 세포 역시 파괴한다. 그렇기에 암이 아닌 사람이 맞으면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 확률 공개 등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환부를 도려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항암제를 들이 미는 행위는 위험하다.
후발주자이기에 더 자극적이고 센 법안을 들고 나와야 자신들에게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정치적 논리' 말고, 게임 산업을 들여다 보고 그들을 세계적으로 키울 생각을 해주기를 기대하면 욕심일까?
한국 1위 게임사인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게임 업계도 이제 빠르게 자성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규제 투성인 법안은 찬물만 끼얹는 꼴이다.
다시 한번 기억하자. '처방'보다 제대로 된 '진단'이 먼저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