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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09. 2021

'라떼' 기자가 들려주는 e스포츠 이야기

[테크M 오리지널]

#자가 격리 해제한 e스포츠와 게임#
1화. 라떼, 그리고 MZ가, e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라떼'는 말이야. e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지금과 많이 달랐어. 그 '라떼'가 언제냐고?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1년 이야기야. 지금처럼 e스포츠를 보기 위해 돈을 주고 티켓을 사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20년 전 말이야.


대학교 때 남자 친구들에게 끌려서 갔던 결승전을 아직도 잊지 못해. 지금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저그계의 볼드모트인 사람과 e스포츠 '황제'로 불렸던 임요환과의 경기였어. 아마 '슈퍼파이트'였을거야. 그때 임요환이 0대3으로 패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싸~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그런데 요즘은 e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좀 다르더라고. 오랜만에 e스포츠 리그 현장을 나갔는데 너무나 달라진 시스템, 상황에 깜짝 놀랐어. e스포츠가 이제는 제법 산업다운 모습을 갖춰가는 것 같아. 


#나를 제일 존경한다는 10대 조카


지금 10대 조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나야. 더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다른 이모, 고모들이 아닌 e스포츠를 취재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해. 이유가 뭔지 알아? '페이커' 이상혁과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듣고 격세지감을 느꼈어. 내가 기자 생활을 하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 어떤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못 알아 들어서 e스포츠가 뭔지 설명해야 했거든. 그러다 보니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속상했던 것도 사실이야.

https://youtu.be/gXPsE9c-0AY


#나 페이커랑 인터뷰 한 여자야


그런데 확실히 요즘은 달라. MZ세대들에게 e스포츠는 축구보다 인기 있는 스포츠고, 덕질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이고, 시간을 보내는 타임 킬링 아이템이고, 데이트 코스고, 즐겨 보는 영상 콘텐츠인 거야. 더 이상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e스포츠는 그들에게는 '인싸아이템'이기에 참 행복했어.


물론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분명히 e스포츠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거든. 그래서 더욱 놀라웠던 것 같아. 내가 e스포츠를 오랫동안 취재해 왔다는 것을 이제는 자랑할 수 있게 됐거든.


#'라떼'에 e스포츠를 즐겼던 방법


'라떼'는 말이야. e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은 딱 두가지였어. 현장에 가서 보거나, 집에서 방송으로 보거나. 지금처럼 VOD도 제때 올라오지 않고 화질도 좋지 않아서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현장에 많이 갔지. 그때는 경기장에만 가면 무료로 리그를 볼 수 있어서 인기 있는 선수들의 매치는 새벽부터 줄을 서곤 했어. 선착순 입장이었거든.

그래픽=이소라 기자


그런데 요즘 MZ세대는 편하게(물론 이 역시 선착순으로 티켓을 구매해야 하기에 엄청난 빠르기의 클릭이 필요하지만)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해 지정 좌석에 앉아 경기를 보더라고. 2008년 처음 기자생활 하면서 e스포츠 경기도 유료로 보는 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왔던 것이 정말 현실이 될 줄이야...사실 그때 말도 안 되는 꿈이라고 생각했거든.


또 '라떼'는 게임단이 지금처럼 체계적이지 않았고 소셜미디어 역시 발달돼있지 않았기에 선수나 게임단과 소통할 통로가 없었어. 그래서 경기를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e스포츠를 즐길 거리가 없었지. 아마 기업들도 e스포츠를 산업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돈을 써야만 하는 마케팅 툴로만 봤던 것 같아. 


#MZ세대가 e스포츠를 즐기는 방법


얼마 전, 대학생에게 학교 과제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 흔쾌히 응했지. 그리고 현장에서 오히려 그 친구가 나한테 인터뷰를 당(?)했어. 요즘 MZ 세대는 어떻게 e스포츠를 즐기고 있는지 궁금해졌거든.


23세 남자 대학생이고, 젠지e스포츠를 너무나 좋아하는 이 친구는 '룰러' 박재혁 팬이야. 이 친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열리는 동안에는 매주 한번은 꼭 경기장을 가려고 노력 한데. 물론 요즘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현장을 못 가지만 말이야.

롤파크 모습/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만약 '라떼'에 코로나19가 터졌으면 큰일이었을 것 같아. 예전에는 현장에 가거나, 방송을 보는 것 이외에 e스포츠를 즐길 거리가 없었기에 하나가 중단되도 e스포츠 인기는 시들어 버렸을지도 몰라. 그런데 요즘은 정말 즐길 거리가 많아. 


그 친구는 요즘 '픽앤고'라는 LCK 승부예측 게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공식 방송이 아닌 그 친구가 좋아하는 '엠비션' 강찬용이 중계하는 개인 방송을 보더라고. 같은 마음을 가진 시청자들과 함께 채팅도 하면서 말이야. 더 재미있는 것은 휴대폰으로 이 모든 것을 하면서 컴퓨터로는 배틀그라운드를 즐겨 한다는 거야. 


정말 놀라웠어. 이 친구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자주 하지 않는다고 해. 우선 경기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다섯명이 모여 게임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맞지 않은 누군가와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더라.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보는 것만 즐긴다고 해. 이제 e스포츠는 게임을 홍보하는 마케팅수단이 아닌,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아이템이 된 셈이지. 


그 친구의 이상형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여자래. 그래서 영화관 대신 LCK 경기를 같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라떼'는 상상도 못할 이상형이라 그런지 충격적(?)이긴 했지만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고, 그 부분에 대해 돈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 MZ세대의 확고한 가치관이 느껴졌어. 


#미래의 세대가 e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은 어떨까


내가 14년 전, 머리 속으로만 꿈꿔왔던 미래가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어. 그리고 지금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미래 역시 10년 후, 아니 이제는 기술이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에 5년 후에 이 모든 것이 이뤄질지도 모르지.


올해 LCK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해야. 프랜차이즈 원년이기에, e스포츠도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어. 게임단도 대기업 후원에만 만족하지 않고, 게임단 자체가 수익을 내는 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지.


최근에 스포츠 토토 사업 제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 역시 e스포츠 진흥을 위해 힘쓰고 있는 부분은 고무적이야. 물론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지만 말이야. 어쨌건 스포츠 토토에 e스포츠가 정식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야.


미래에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마치 현장에 가서 보는 것처럼 생생함을 즐길 수 있는 VR도 개발될 것 같아. 또 다른 수익 모델이 될 수도 있는 것이지. 아니면 내가 소환사 협곡에서 선수들의 전투를 지켜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


e스포츠와의 협업도 다양해 질 것 같아.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곳과 손을 잡고 새로운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야. e스포츠가 포르쉐나 벤츠와 협업을 한다는 것, 14년 전에는 상상도 못해본 일이잖아. 


'라떼'는 말이야. 이런 꿈을 꾸는 것이 참 허황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런데 꿈이 현실로 되는 것을 눈앞에서 경험했잖아. 그래서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 즐거워. 진짜 이뤄질 것만 같거든.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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