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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14. 2021

탄소중립과 가상계획학

[탄소중립과 혁신] (11)

박지영 뉴욕주립 버팔로대학교 교수


몇 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도입될 미래에 도시 및 지역 계획학이 어떤 형태로 진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상현실에 기반해 계획학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도록 '가상토지이용모형' 혹은 '가상토지이용플랫폼'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를 '버추얼 어스(Virtual Earth, VEARTH)'로 명명했다. 토지계획을 구상하고 실시했을 때 발생할 토지 이용과 부동산 가격, 교통과 물류 흐름, 국제 무역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전지구적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시나리오를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도시 계획과 '디지털 트윈'


현재 제안되는 도시지역에 대한 '스마트 시티'나 비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 빌리지'의 개념은 한 도시나 지역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트윈'의 개념을 포함한다.  도시의 디지털 트윈의 한 사례로 '스마트 서울맵'이 3D로 전면 제공되고 있다. 또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을 통한 대전의 정보화 발전전략 역시 신기술을 행정 및 기반시설에 활용해 시민 안전이나 지역 경제발전과 연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디지털 트윈은 통제할 수 있는 곳에서는 최적화해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인구 이동이나 물류의 변화,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질병의 유행 등 동태적 변화나 사건이 일어나는 지역 공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에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해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이 작동되게 하는 원리와 동태적 요소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와 같은 제반 사항을 원활하게 확보하기에는 현재 제안되는 모형들의 한계점이 많아 플랫폼의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사진 = EARTH2 홈페이지 캡쳐


최근에 나오고 있는 '어스2(EARTH2)'나 '업랜드(UPLAND)'등 게임형 가상 지구를 통한 가상토지매매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인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비록 게임으로 시작됐지만 이런 기술들은 가상토지이용모형의 근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미래에 그려내려고 하는 가상공간의 출발선을 끊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변화가 얼마만큼 빠르게 나타날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가상토지이용모형'을 활용한 도시 계획


가상토지이용모형을 활용할 경우, 특정 공간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토지이용에 필요한 최적화된 방안을 시뮬레이션 결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런 가상적 모형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미래상을 미리 구현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저탄소사회 진입과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탄소중립은 여러 노력해야 할 분야 중에서도 특히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화를 이뤄내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을 넘어 전 지구에 걸쳐 토지 위에 올라간 건물들을 디지털화하고 건물을 중심으로 인간의 활동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인간의 활동으로 비롯되는 것들 모두를 초연계사회로 연결하는 일이다. 가령 출퇴근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일상이 곧바로 정보가 되며, 원할 때 언제든지 이를 수정하고 바꿀 수 있는 미래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를 활용한 경제적 협력 기반이 조성돼 새로운 경제성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디지털화가 탄소중립의 노력과 결부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를 이끄는 전 산업에 걸쳐 친환경에너지가 사용되도록 고안되며, 생산요소의 저탄소화 노력이 디지털 시스템에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또 정보의 디지털화를 통해 청정순환경제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경제를 재편해야 한다. 이런 산업적 도전들은 가상토지이용모형을 활용해 그 효과성을 거의 무한대로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가상토지이용모형이 추구하는 플랫폼의 함의는 단순한 데이터의 집합이나 빌딩을 3D화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축된 데이터가 동태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원리를 입히는 것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거대한 모형으로 작동가능하게 디자인 해야한다.


탄소중립 실현 위해 '가상계획학'을 활용하자


가장 최근까지 발표된 논문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가상토지이용모형에 기반한 가상계획학의 개념은 아직 구체화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데이터에 입각한 전통적 계량모형이나 머신러닝 기법 등을 활용해 도시 및 지역의 변화 추정, 혹은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적 사례분석과 이에 대한 보고에 그치고 있다.


가상계획학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동시에 연결시켜 현실에서 활동하는 일들이 가상공간인 클라우드에 그대로 입혀지고, 가상공간에서의 활동들이 현실에서 활동하는 것과 동일하게 작동해 우리의 활동이 현실과 가상공간에서 동시에 실현되는 것을 추구한다.


이런 가상계획학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학문적 도구로 쓰일 수 있다.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방도시의 쇠퇴 및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현 시점에 우리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의 새로운 미래 설계를 가상계획학에서 찾아야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양하는 시점에 다양한 모험적 설계와 도전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학문적 주체로 그 시발점이 되어, 미래 가상세계를 혁신적으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Who is>박지영 뉴욕주립 버팔로대학교 교수


박지영 교수는 자연 재난 및 인적 재난과 관련한 정량적 평가를 최적화하는 응용계량경제모형과 경제모형의 개발, 이를 도시계획분야의 토지와 교통모형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통해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국가 및 전지구적 차원의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연구에 매진해 왔다. 최근 연구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과학기술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미래 경제구조 변화를 추정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사회적 이슈들을 정량화하는 통합적 모형개발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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