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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Apr 15. 2021

37년만에 SK텔레콤 둘로 쪼갠다

SKT, 지배구조 개편 공식 발표…'인적분할'로 회사 쪼개기
통신과 반도체·ICT 신사업 분리, 기업-주주가치 극대화 목적
날개 단 SK하이닉스, M&A·투자 자유로워져
'통신사' 딱지 떼고 '빅테크' 기업 본격 시동


지난 2018년 10월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SK하이닉스가 자유롭게 인수합병(M&A)을 추진, 덩치를 불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정호 사장의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결국 박정호 사장이 그린 그림이 현실이 됐다. SK텔레콤은 14일 "주주가치 제고와 성장 가속화를 위해 SK텔레콤(주)를 인적분할하여 SK브로드밴드 등 유무선 통신회사와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반도체 및 New ICT 자산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재편하고자 한다"고 공시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구성원들에게 이번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SK텔레콤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나눠진다. 존속회사는 기존의 통신사업을 바탕으로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인공지능(AI), 구독형마케팅,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신사업 영역으로 확장한다. 신설회사는 반도체를 포함한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의 자회사가 들어갈 전망이다. '수익창출-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자회사 기업공개(IPO)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회사명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기존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졌다. 존속회사에서는 기존 통신사업을 유지하고, 신설회사에서는 반도체 사업 부문을 주축으로 하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11번가, 원스토어 등 비통신 신사업 부문이 자리잡게 되는 구조다. 이럴 경우 SK하이닉스는 기존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지위가 바뀌게 되면서 M&A를 자유롭게 진행하거나 적극적으로 신규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날 SK텔레콤 구성원들에게 지배구조 개편 취지를 설명한 박정호 사장은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특히 앞서 일각에서 제기되어 온 신설회사와 SK(주)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체질 바꾸는 SKT, '탈통신' 속도-사명 변경 진행 중


박정호 사장의 지배구조 개편은 지난해부터 외쳐온 '탈통신'과도 뜻을 같이 한다. 지난해 박 대표는 뉴비즈 사업부문에 모빌리티 사업을 추가하면서 신설법인 '티맵모빌리티'를 출범시켰다. 이로써 이동통신(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5개 부문이 SK텔레콤의 핵심 5대 신사업으로 낙점됐다. 정부 규제가 심하고 정체된 통신 사업을 넘어 신사업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사명 변경을 검토해왔다. 통신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빅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리는 모습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사명 후보로는 'T스퀘어'가 거론되고 있다. 올해 SK텔레콤은 새로운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텔레콤 을지로 본사 미디어 월에 전시된 작품의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뿐만 아니라 이번 지배구조 개편 이후 SK텔레콤은 자사 기업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 앞서 박정호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세계적으로 통신주가 저평가되어 있다"며 "SK텔레콤 역시 현재 주가 수준이 100조 되는 자회사(SK하이닉스)뿐 아니라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 가치를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현재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3사 주가는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정된 망 인프라로 유무선 통신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망 투자 비용 부담과 정부의 규제 이슈 등으로 증권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였다.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통신사 딱지를 떼고, 신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기도 하다. 


올해 3월말 기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약 22조원 수준이다. 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SK텔레콤 목표 주가를 속속 상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가치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자회사 IPO에도 탄력붙을까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무선과 미디어, 커머스, 보안, 모빌리티로 이뤄진 5대 핵심 사업 중 무선을 제외한 자회사를 IPO 할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SK텔레콤 자회사 상장 시기 및 가격 전망 / 출처=하나금융투자


실제 지난 주총에서 박정호 사장은 "원스토어 상장은 이미 다 준비됐다.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은 IPO가 진행되면 SK텔레콤의 주가가 오르냐는 부분에 대한 문제"라며 "지금 자금시장 유동성이 좋을 때 IPO를 빨리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IPO를 눈 앞에 둔 첫번째 자회사는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유력하다. 올해 4~5월 중 IPO 관련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내년부터 ADT캡스와 웨이브 등 순차적으로 IPO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기업 경쟁력이 제고되고, IPO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와 임시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그 이후에는 정부 심사를 거쳐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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