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크M May 18. 2021

산업전환 2050, 한국 중공업 '넷제로'를 향한 길

[탄소중립과 혁신] (21)

피터 뱅스보(Peter N. Vangsbo)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한국에서는 현재의 기후 정책과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Net Zero) 달성'이라는 파리협정의 목표 간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는 중공업이 있다. 중공업이 생산하는 물질과 화학제품은 운송, 인프라, 건설, 소비재, 농업 등 주요 가치사슬에 필수적인 투입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은 다량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기도 한다. 중공업의 CO2 배출은 250메가톤(Mt)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유럽연합(EU) 총 배출의 50%에 해당한다.


국회와 대기업의 정책 입안자들은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있다. 산업 기반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2050년까지 남은 28년 여 동안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본고는 철강, 플라스틱, 암모니아, 시멘트와 같이 '감축이 어려운' 대규모 배출원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는 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이런 접근법은 새로이 부상 중인 다양한 생산공정 혁신을 포함해, 생산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을 제거하는 다양한 방안을 광범위하게 매핑(mapping)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접근법이 다양한 방안들을 더 고도화된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가능성과 연계한다는 점이다. 순환경제는 이미 생산된 자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생산의 필요성을 줄임으로써 가능하다.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50년의 상태(end-point)와 그런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다양하게 탐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경우에 소비자와 기업에 발생하는 비용, 또한 혁신, 투자, 투입, 인프라 측면의 요건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 민간기업, 의사결정권자 모두가 수많은 신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의 기반 산업 전략에 어떻게 적용해 산업 기반의 성장과 파리협정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 또 한국이 산업 넷제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중요한 선택과 '효과가 확실한 정책(no regrets)'은 무엇인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


2050년 한국 중공업 넷제로 달성 가능하다


한국은 파리협정의 목표인 지구 온난화 억제를 실현하기 위한 기여 방안으로 금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자원·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이런 비전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철강, 플라스틱, 암모니아, 시멘트와 같은 주요 자원 및 화학제품의 생산이 특히 중요하다. 이런 자원들의 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탄소 배출 역시 증가하게 된다.


한국은 현대 경제의 필수적인 산업 기반 성장과 기후목표 달성에 필요한 배출 감축의 양립을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 규모, 투자 잠재력을 갖춘 국가다. 기존의 분석은 대부분 상당한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탄소 포집과 저장을 강조해왔지만, 현재는 새로운 해법이 다양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해법의 큰 부분을 구성하는 요소는 바로 '순환경제의 고도화'이다. 산업공정, 디지털화, 재생에너지 기술 혁신 역시 장기적으로 더 큰 감축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이 해법의 중요한 점은 배출 감축이 번영을 저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철강, 화학제품, 시멘트는 운송, 인프라, 포장 및 그 외 수많은 중요한 기능을 뒷받침하는 필수 기능을 수행한다. 본고의 담론은 이런 모든 효익이 지속되며, 한국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자원을 계속 생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산업계 넷제로 전환을 위한 해법은 이미 존재한다


순배출 제로를 실현하는 경로는 다양하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서로 중복되기도 하는 다양한 방안이 존재한다. 산업에는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므로,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안의 장단점에 관해 논의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방안은 주요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자원의 효율성 향상이다. 한국은 건설, 운송, 포장소비재 등 주요 가치사슬의 자원 사용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원 효율성 개선을 통해 더 적은 자원으로 동일한 효익과 기능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기회는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여기에는 자원 낭비 감소를 위한 새로운 제조·건설 기술, 순환제품 설계 및 제품수명종료(EOL) 정책과 관련된 가치사슬 전반의 조율, 공유 및 서비스 제공 기반의 새로운 순환 비즈니스 모델, 고강도 및 저탄소 물질로의 대체, 대형 제품 카테고리 내 물질의 과다 사용 감소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많은 건설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전 단계를 최적화할 경우에 필요한 수준보다 30~50%나 더 많은 양의 시멘트와 철강이 사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면 여행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승객 운송에 필요한 물질 집약도를 절반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성이 전체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이듯, 물질 효율성을 개선하면 산업의 순배출 제로 전환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양질의 자원 재순환이다. 이미 생산된 자원을 재사용하는 것 역시 배출을 큰 폭으로 감축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철강 재활용은 이미 철강 생산에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아 CO2 배출 감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용 가능한 스크랩(scrap)의 양이 증가하고 전력 사용에 따른 배출이 감소함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 이러한 기회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구리 등 기타 금속을 사용해 수명이 다한 철에 기인한 오염을 줄이고, 철강 생산에서 스크랩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기계적 재활용을 상당히 증대할 수 있지만, 이는 화학적 재활용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화학적 재활용은 기계적 재활용이 불가능한 수명이 다한 플라스틱을 새로운 생산을 위한 공급원료로 사용한다. 대부분의 재활용과 달리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발생한 탄소를 생산에 사용하는 '사회적 탄소 루프(societal carbon loop)'를 구축하기 위해 거의 필수불가결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재활용을 활용함으로써 플라스틱 제품의 수명 종료시에 주된 CO2 배출원으로 작용하는 석유 및 가스 공급원료를 계속해서 투입할 필요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도전적인 목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체 철강 및 플라스틱의 70%를 재활용을 통해 생산할 수 있으며, 철강과 플라스틱의 재활용에는 녹색전기 및 수소 투입물이 사용될 수 있어 많은 양의 CO2 배출을 직접 우회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새로운 생산 공정 적용이다. 자원 사용 및 재사용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는 크지만, 한국이 매년 필요로 하는 신소재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의 많은 산업 공정이 에너지 또는 공급원료로서 탄소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상당한 감축을 위해서는 새로운 공정과 투입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철강 산업에서는 다수의 한국 기업이 탄소에서 수소로 전환하는 생산 경로를 모색 중이다. 기계적으로 활성화된 포졸란 또는 소성점토와 같은 새로운 시멘트질 물질은 기존의 클링커를 대체하는 저탄소 대안을 제공한다. 화학제품의 경우 다양한 검증된 경로를 용도 변경함으로써 재활용 바이오매스 또는 수명이 다한 플라스틱과 같은 비화석 공급원료를 사용할 수 있다.


산업 전반에는 전기를 사용해 고온의 열을 생산하는 혁신이 부상하고 있다. 많은 솔루션이 이미 입증되었거나 개발 단계에 있지만, 경제성 문제로 상업적 규모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2050년까지 이러한 혁신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이러한 혁신을 신속하게 개발 및 적용해야 한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이 없는 다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방안은 탄소 포집 및 저장이다. 새로운 공정의 적용을 대신하는 주요 대안은 탄소포집저장활용(CCS/U) 기술을 기존의 공정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덜 파괴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즉, 아직 대규모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공정 및 공급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존에 사용 중인 산업 생산능력의 더 많은 부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새로운 공정 운영에 필요한 전력 소요량을 감소한다. 그러나 순배출 제로 경제 전반에서 탄소포집활용(CCU)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기 배출이 영구적으로 방지되는 매우 특정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CCS/U역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철강 산업에서는 기존 일관 제철소의 탄소 포집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부문 간 연계를 통해 수명이 다한 폐플라스틱을 사용하거나 현재의 용광로 대신 직접 제련(direct smelting)과 같은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야 할 수 있다. 화학산업에서는 핵심 공정인 증기 분해에 탄소 포집을 적용하는 것뿐 아니라, 정제 공정에서 업스트림 CO2 배출을 포집하고 수백 개의 폐기물 소각시설에서 다운스트림 CO2 배출을 포집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모든 부문에서 탄소포집저장(CCS)은 대중의 수용과 적절한 운송 및 저장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사실은 CCS/U가 모든 배출에 대해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한(plug and play)' 솔루션은 아님을 의미한다. 그러나 CCS/U는 본고에서 언급한 모든 경로에 최소한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그 중 우선순위가 높은 영역에는 시멘트 공정 배출, 천연가스 기반 수소 생산, 수명이 다한 플라스틱의 소각, 화학산업의 시멘트 소성로(kiln) 및 크래커에서 사용되는 고열, 철강 생산에서 생성된 자연 기화가스를 화학제품의 공급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넷제로 달성 위해선 고도화된 순환 경제가 필요하다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암모니아 생산은 한국이 수입하는 석유, 석탄 및 천연가스의 상당량을 사용한다. 보다 고도화된 순환경제를 구축함에 따라 창출 가능한 주요 효익은 물질 효율성 개선, 주요 가치사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물질 재순환율 증대를 통해 2050년까지 이러한 자원의 사용 소요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 외 부문의 자원 사용 소요량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달된 바이오매스를 공급원료로 사용하고, 다량의 전력을 직접 사용하거나 수소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대체될 것이다.



산업 전력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산업 탈탄소화를 위해 CO2와 P2X(Power-to-X)를 공급원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상정하는 또 다른 분석에 따르면, 산업 전력 수요는 최대 4배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거나, 배출이 그대로 에너지 부문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또한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 전력 수요를 줄이는 주된 방법은, 더욱 고도화된 순환경제를 구축해 전력 소요량을 줄이거나 CCS의 대규모 적용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는 희소한 자원이며, 산업계는 그 사용 방안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이러한 생산 경로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바이오매스는 화학제품의 공급원료로 사용돼 석유와 가스에 기반한 화석 탄소를 새로 투입하지 않고 플라스틱 및 기타 화학물질에 대해 닫힌 사회적 탄소 루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실현하는 주요 방안에는 플라스틱 재활용률(기계적 및 화학적) 증대, 물질 효율성 개선, 바이오 공급원료에 적합한 새로운 폴리머 구현을 위한 혁신, 화석 공급원료의 일부 지속적 사용을 가능케 하는 CCS 등이 있다.


기후·산업 정책 전반의 강력한 지원과 공조체계 마련해야


성공적인 넷제로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 산업 기업, 주요 가치사슬 내 기업, 도시, 시민사회 및 개인의 공조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제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원 측면에서 큰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중공업 및 주요 가치사슬이 저탄소 전환을 계획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향후 5~10년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적절한 접근법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은 에너지 비용, 무역 관행 또는 글로벌 생산능력 과잉 등의 압력에 대처하는 방안으로서 오랫동안 전문화와 성능 및 효율성 향상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저탄소를 향한 길은 이러한 추세를 지속하고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이 개척하고 상용화한 저탄소 해법은 결국 전 세계에서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지금보다 훨씬 더 확고한 입지를 확보해 수입 화석연료와 공급원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지역 통합, 디지털화, 수명 종료 자원 등 비교우위의 원천이 되는 요소를 보다 적절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Who is>피터 뱅스보(Peter N. Vangsbo) 덴마크 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


피터 뱅스보 센터장은 주한 덴마크대사관의 덴마크이노베이션센터를 이끌고 있다. 그는 대기질 연구 및 평가 분야의 전문가로서 대기질 정책, 대기 오염 역학, 모니터링, 측정 전략 및 산업에 대한 청정 기술과 관련해 10년 이상의 전문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 EU 주변 공기 지침 및 배출 인벤토리 프로토콜 개발을 비롯한 다수의 유럽연합(EU) 워킹그룹에 참여했다.


혁신가들의 놀이터, 테크M에서 관련 정보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해봤다] 삼성전자 '비스포크'로 꾸민 나만의 드림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