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은 라이엇 게임즈

[프로포즈]

by 테크M

#게임 내에서 공정 외치던 라이엇 게임즈


#MSI에서 비상식적인 불공정 행위로 권위 상실


#승부조작으로 무너진 스타크래프트 기억해야



사실 게임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돈을 써서 아이템을 가진 자가 더 강할 수밖에 없죠. 물론 돈이 아닌 경험치로 그 차이를 극복할 수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비슷한 상황에서는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 아이템을 가진 자가 승자입니다.


게임사는 자선단체가 아니기에, 그들도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즉, 모두가 양해하는 게임 내 불공정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이런 차별이 없다면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없어질 것입니다.


현질로 인한 불공정도 인정하지 않겠다던 라이엇


그런데 2010년 초반 신기한 게임사가 나타났습니다. 돈으로 사는 아이템으로는 게임 내 어떤 것도 강화할 수 없는, 오로지 게임 플레이만으로 승부가 갈리는 그런 게임이 등장했죠. 바로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였습니다.


평소 국내 게임사들이 무분별한 아이템 판매로 게이머들에게 '돈독 올랐다'는 비판을 받았었기에, 이런 기조를 가진 외국 게임사의 등장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신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쯤되니 게이머들은 이 게임사를 망하게 하면 안된다며 유일한 유료 판매 아이템인 '스킨'이 나올 때마다, 필요하지 않아도 굳이 사주는(?)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스킨'을 보유했다고 해도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아무런 득이 없기에 게이머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참 신기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게임 내 불공정한 부분을 모두 없애겠다고 선언했던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모바일 버전을 개발한 뒤에도, 이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게임 발표 당시 몇번이나 '공정한 승부'를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공정은 라이엇만이 가진 무기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 리그로 빠르게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게임성과 게임사의 적극적인 의지도 도움이 됐지만, 이러한 게임 내에서의 공정함을 위한 움직임도 큰 역할을 했을 듯 합니다. 실력 이외의 어떤 요소도 승부에 양향을 미치지 않는 '공정'한 게임이라는 이미지는 스포츠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84079_85224_1452.jpg 라이엇은 모바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페이투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라이엇은 돈을 버는데 혈안이 돼있지 않고 게임 내에서든, 리그 내에서는 항상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리 게임을 어떤 게임보다도 엄중하게 처벌했고, 비매너 게이머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매우 높았죠. 도박을 일삼아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스타크래프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공정함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장착한 라이엇은 승승장구 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덕분에 e스포츠는 글로벌로 가장 영향력있는 문화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게이머들이 라이엇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그동안의 게임사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진정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스로 공정성 무너트린 라이엇 게임즈


10년 동안 굳건했던 라이엇 게임즈. 그러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처럼, 그들의 초심도 변했나 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각 지역 스프링 시즌 우승팀을 초청해 펼치는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한 게임단에게 유리한 선택을 해 그동안 라이엇 게임즈를 지탱해 주던 '공정'이라는 단어를 한순간에 무너트린 것입니다.


중국 대표였던 로얄 네버 기브업(RNG)은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고 이를 위해 4강 일정을 변경해 달라고 라이엇에 요청했습니다.


84079_85225_1527.jpg MSI 리그 전경/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원래 럼블 스테이지 1위팀이 4강 1경기를 치르고 이틀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권한이 항상 있었기에, 원래대로라면 담원 기아(담원)가 4강 1경기를 해야 했죠. 하지만 RNG의 요청으로 일정이 변경돼 담원은 4강 2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때문에 담원은 4강 경기를 치르고 채 몇시간 쉬지도 못한 채 결승전에 임하는 지옥의 일정을 보내야 했습니다.


RNG가 일정 변경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의혹이 있기는 하지만, 평소 중국 팀을의 운영을 미뤄 짐작했을 때 충분히 일정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게임단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드무니까요.


문제는 라이엇의 태도였습니다.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정 변경을, 상대팀에게 양해조차 구하지 않고 '결정한 뒤 통보'했습니다. 담원은 일정 '통보'를 받은 뒤 변경 이유에 대해 이틀이나 지나서야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뢰 무너지면 끝...스타 승부조작 교훈 삼아야


사람과 사람이 만날 약속을 변경할 때 조차도, 전화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하물며 큰 상금이 걸린 국제 대회에서 일정 변경을 하는데 불이익을 받게 될 팀들에게 양해조차 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을 라이엇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라이엇이 중국 게임단을 우승시키기 위해 일정 변경이라는 치졸한 방법을 썼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더 치밀하고, 면밀하게 했겠지요. 이렇게 드러나는 방법을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라이엇은 자신들의 위치와 본분을 망각했고, 일정 변경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듯 합니다. 라이엇은 북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지분 관계로 따지면 중국 게임 회사입니다. 텐센트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죠. 만약 중국팀에 특혜가 주어졌을 경우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듯 보입니다.


84079_85226_164.jpg 일정 변경 특혜를 누린 중국 대표 RNG, 결국 MSi에서 우승했다/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특히 자신들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 놓은 것이 다른 게임사와는 차별화 된 '공정성'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발등을 자신이 찍은 셈입니다. 그렇게 공정을 외치던 라이엇이 어떤 것보다 공정해야 하는 리그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했으니 말입니다.


스타크래프트가 주도한 e스포츠가 무너진 것은 승부조작이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승부조작이 만연해 지면서 리그가 신뢰를 잃어간 것이 둑이 무너진 첫 구멍이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라이엇 입장에서는 아무 의도가 없는 단순 실수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구멍들이 모여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직접 눈으로 봤습니다.


아직까지도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는 라이엇 게임즈. 이번 일정 변경의 절차가 문제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용서받을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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