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자인 저에겐 아직 못다 이룬 꿈이 있습니다. 바로 자작곡 음원 발매 입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때부터 록밴드 동아리를 시작해 졸업할 때까지 활동했습니다. 이후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인디밴드를 'Libido Fixation'을 결성해 다양한 자작곡을 만들었고, 그 중 '평행선'이라는 곡은 스튜디오에서 녹음까지 마쳤습니다.
다만 기타리스트의 대학원 진학과 드러머의 군입대로 음원 등록은 하지 못했고, 저의 밴드활동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밴드 활동을 뒤로 하고 IT 기자가 됐지만, 당시 정성을 다해 녹음한 음원을 발매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언젠가는 음원을 발매하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IT 기자가 됐고, 저는 블록체인 분야를 전담하는 기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는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NFT를 취재하다보니, 어쩌면 NFT가 가슴에 품은 꿈을 이뤄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블록체인에 자작곡 음원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것이, 저작권협회에 음원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행선'이란 자작곡을 NFT로 만들어 팔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기자의 NFT 만들기 여정이 시작됩니다.
먼저 음원 NFT를 만들기 위해 '크래프터스페이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크래프터스페이스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그라운드X가 지난달 말 출시한 NFT 발행 서비스입니다. 이미지나 동영상 기반의 파일을 업로드하면 클레이튼 기반의 NFT 표준인 'KIP-17'으로 즉시 발행됩다.
생각보다 쉽게 NFT를 발행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역시 꿈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크래프터스페이스로는 음원 NFT를 발행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업로드 가능한 용량이 10MB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현재 이미지 파일이나 GIF 파일만 등록이 가능하다"며 "음원 파일을 NFT화하는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원 NFT 발행이 가능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원 NFT 발행이 가능한 플랫폼을 알아본 끝에 ▲엔진(ENJIN)의 점프넷 ▲피나타 클라우드(PINATA CLOUD) ▲엔에프팅(NFTING) 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세가지 플랫폼 모두 크래프터스페이스처럼 NFT 발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상자산 지갑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NFT 발행을 위해 가상자산 수수료도 필요했습니다. 점프넷에서 NFT를 발행하기 위해선 엔진토큰이 필요했고, 피나타 클라우드에선 이더리움을 필요했습니다. 또 엔에프팅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인 '클레이'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그라운드X 이벤트 덕분에 클레이 2개를 보유하고 있었던 저는 한글 지원이 되는 엔에프팅에서 자작곡 NFT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엔에프팅은 지난 4월말 서비스를 시작한 NFT 오픈마켓플레이스입니다. 사진과 그림뿐만 아니라 영상, 게임아이템, 음원 등 다양한 콘텐츠를 NFT로 만들고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엔에프팅을 통해 음원 NFT를 만드는 것은 크래프터스페이스를 통해 NFT를 만드는 것보다는 복잡했지만 가상자산 지갑만 있다면 크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엔에프팅 홈페이지에서 '나의 NFT' 항목으로 들어가면 NFT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 ▲동영상 ▲음원 ▲웹툰 ▲게임아이템 등의 항목 중 음원을 선택하고 NFT로 만들 음원 파일을 업로드 합니다. 미리보기 이미지도 밴드 멤버들과 같이 찍었던 사진으로 등록했습니다. 또 NFT의 제목과 부제, 작품설명을 등록합니다. 작품설명에 '스튜디오 녹음까지 했지만 끝내 발매하지 못한 비운의 자작곡'이라고 곡을 소개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가격설정이었습니다.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메인넷 클레이튼에 NFT 정보를 등록하고 경매 시작가를 10 클레이로 설정했습니다.
음원 NFT 제목과 작품설명, 가격설정이 끝나자 NFT 발행을 위한 트랜잭션 확인을 위해 1 클레이, 수수료로 0.000604 클레이가 청구됐습니다. 그라운드X의 가상자산 지갑 카이카스(Kaikas)를 통해 수수료를 지급하자 엔에프팅 플랫폼에 저의 자작곡 NFT 판매등록이 완료됐습니다.
4년만에 저의 자작곡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입니다. 생각보다 쉽게 발행이 되어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같은 간단한 과정도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가상자산 지갑 개설과 클레이를 카이카스 지갑으로 보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저의 첫 음원 NFT '평행선 - Libido Fixation'은 오는 30일까지 엔에프팅에서 시작가 10 클레이에 입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등록한 음원 NFT를 클릭하면 어떤 노래인지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취미로 밴드활동을 하는 저도 NFT 기술을 활용해 음원을 판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NFT 기술이 우리의 못다한 꿈을 이뤄주고,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NFT가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