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전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NFT는 물론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안조차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NFT는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와 결합돼 시너지를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NFT는 저작권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에 일반 가상자산보다 법제도를 마련하는데 사회적 합의와 토론 과정이 필수다. 최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관련 제도 개선이 한창인 가운데 NFT와 관련된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NFT 시장 규모는 3억3803만달러(약 3828억5000만원)를 돌파했다. 더불어 올해 1분기 NFT 거래량은 20억달러(약 2조265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1배 증가했다. 시장분포는 ▲수집품(48%) ▲예술품(43%) ▲스포츠(4%) ▲메타버스(3%) ▲게임(2%) 를 보였다.
현재 NFT는 수집품, 예술품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NFT가 메타버스와 결합해 더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가상자산, 특히 그중에서도 NFT가 메타버스와 '찰떡궁합'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인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세상은 전체적으로 디지털화 돼 가고 있다"며 "디지털 세상에서 현금을 주고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상자산이 디지털 세상의 화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생활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가상현실 세계인 메타버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약 1억5000만명을 기록했고,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가입자가 2억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약 2800억달러(약 3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오랫동안 메타버스 공간에 머물수록 무언가 소유하려는 욕구가 나타난다"며 "메타버스 내 토지나 아이템 등에 대한 권리증 발급이 필요한데, 여기서 NFT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FT가 메타버스 내의 거래에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것이다.
NFT 시장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 관련 법제도는 아예 없다. NFT가 아닌 일반 토큰과 관련된 법제도도 '특금법'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자금세탁방지(AML)에 초점을 두고 있어 업권법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 보통 법률상으로 허용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그 이외의 것을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갖추고 있다. 구체적인 업권법이 없다면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가상자산 거래소 지닉스(Zenix)가 가상자산 펀드를 내놨다가 관련 법제도의 부재와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폐업했다. 지금 NFT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제2', '제3'의 지닉스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NFT는 일반 토큰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갖고 있다. 바로 저작권 문제다. 현재 누구나 쉽게, 자신의 저작물이 아닌 것도 NFT로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 실제로 그라운드X의 크래프터스페이스에선 간단하게 파일을 업로드하는 것만으로 NFT를 만들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최근 'NFT를 둘러싼 최근 이슈와 저작권 쟁점'라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NFT는 메타 데이터로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 NFT 자체의 거래에는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NFT로 민팅(발행)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아닌 자가 타인의 저작물을 업로드해 NFT를 제작하는 경우 이는 전송권(또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오프라인 저작물을을 NFT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화 하는 경우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더불어 작가명을 저작자가 아닌 타인으로 기재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저작인격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NFT 발행과정에서 다양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저작권법 외에 관련 법제도는 전혀 없어 NFT 발행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새로인 비즈니스의 문을 연 NFT 저작권 개념을 명확히 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김승주 교수는 NFT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고 관련 제도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저작물, 3차 저작물 등 NFT가 보장하는 저작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확인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권한을 명확히 해 대중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수용 교수는 NFT가 새로운 거래시장을 열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라며 NFT 저작권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NFT가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지금 NFT는 누구나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다"며 "NFT를 발행한 사람에게 저작권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NFT 저작권 보호를 위해 법제도나 협단체 차원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는 "NFT 저작권 문제는 데이터가 블록체인 안으로 들어올 때 생기는 위변조 문제인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라며 "먼저 기존 저작권법으로 최대한 보호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NFT를 통해 콘텐츠 생산 방식이 다양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 생산에 다양한 사람들이 단계별로 끊어 참여하거나, 공동작업을 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NFT를 통해 콘텐츠 생산 기여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지급되면 공동작업 같은 집단지성을 통한 창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즉 보상이 분명하면 집단지성이 점점 더 힘을 갖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NFT가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을 열었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앞으로는 NFT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하느냐가 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