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크M Aug 02. 2021

[세가지시선] '유연한' 주 52시간이 필요하다

기자 중심의 뉴스를 지향하는 테크M이 한 이슈에 대해서 IT전문기자 세명이 서로 다른 시선에서 이슈를 분석하는 '세가지시선' 기획기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슈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을 독자분들께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사전 논의 없이, 각자의 시각에서 이슈를 분석합니다. 사안에 따라 세명의 시선이 모두 다를수도, 같을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시각이 살아있는 세가지시선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다른시선 보러가기>


[세가지시선] 네이버가 임금체불이라니...정부는 '혁신가'를 죽이지 마라

[세가지시선] 구글 뛰어넘는 '네이버식' 조직문화 혁신 보여주길


연매출 5조원,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약 87억원의 임금을 체불했다는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가 있었다. 네이버가 지난 3년간, 전현직 직원들에게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수당 등으로 86억7000여만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아했다. 치열한 인재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는 IT업계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억단위 이직지원금도 주고, 필요하면 주식도 나눠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네이버가 '1등 기업'이라고 해도...직원들에게 수당을 일부러 주지 않을리가 없지 않나. 그랬다간 당장 경쟁사로 인재를 내줘야 할텐데...


회사에 있으면 근로일까...사옥 내 복지시설은 어쩌지?


의아함이 풀리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이버가 2018년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업무 시작 및 종료 시간 등을 개인이 스스로 정하고 있다고 밝히며 네이버 구성원들이 사옥 내에 있는 카페, 병원, 은행, 수면실 등 다양한 휴게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직원들이 업무 시간 외에 사옥 내 편의시설을 이용했고, 직원들은 이를 근로라고 입력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용부는 회사에서 나온 시간을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따진 것은 아닐까.



물론 이건 네이버의 입장이다. 어쩌면, 업무가 너무 많이 남아서 근로시간을 입력하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사가 지시해서 이렇게 일을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악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회사에 들어온 시간과 회사에서 나간 시간으로 따지라고 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회사는 직원들이 퇴근 후 바로 회사를 떠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모두 없애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한다면, 경직된 규제가 오히려 직원들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곧 성과? 아닌데...유연한 52시간이 필요한 이유


벌써? 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다시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유연한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


소위 '지식산업',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일상 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노래를 작곡한다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노동시간일까? 시간이 곧 성과인 업종과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업종간의 차이를 이제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당긴 재택근무 시대는 더욱 근무시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새로운 노동의 형태도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에서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배달 대행을 해주는 노동자, 자신의 특기를 살려 '크몽' 등에서 수입을 얻는 노동자들도 있다. 이들은 작업 건수 하나, 하나가 곧 수익이 된다. 이들에게 '당신은 주 52시간 이상을 일했으니 더이상 돈을 벌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 합류해 내 시간을 불태워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성취 욕구'를 정부가 나서서 제한하는 것이 맞는가. 실리콘밸리에서는 주 70시간도 넘게 일하면서 자아실현을 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들이 널렸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지친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본격적으로 유연한 주 52시간 근무제도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다. 시간 대신 사측과 노동자가 합의해서 업무결과물과 같은 기준을 세우는 것도 고민해봤으면 한다. 유연한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된다. 악용이 무서워서 경직된 규제를 놔두는 것은 우리 경쟁력을 갉아 먹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가지시선] 구글 뛰어넘는 '네이버식' 조직문화 혁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