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나아가야할 길
지난주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아내의 제안으로 카라반을 끌고 경남 거제시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스캐쥴 상 거제 시내와 시골을 두루 돌게되었는데 주요 거점에는 여지 없이 '60년만에 착공을 한 남부내륙철도 공사'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남부내륙철도? 설마 거제까지 철도가 깔린다고?
교통인프라에 관해 일반적 상식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상식과 관심을 가진 나 이지만, 이렇게 남쪽 깊숙한 곳 까지 철도가 깔린다는게 쉬이 이해가 되질 않아(물론 경남에는 단 1년도 살아보지 않은 타지방 사람의 편견입니다. 거제를 둘러보며 도심과 농어촌이 공존하는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답니다.) 이내 검색에 들어갔다.
고향이 충남인 나에게는 익숙한 청주 오송역으로 부터 처가가 있는 성주, 합천을 거쳐 진짜 거제도 까지 이어지는 철도, 당당히 '남부내륙철도'란다. 마침 그 즈음이 매스컴에선 캐나다 잠수함 계약 체결을 위해 캐나다 총리인지, 국방부장관인지도 거제 한화오션에 들렀다는 소식도 들려와 제법 국뽕이 차오를 무렵이었다. 2월 3일 수요일에는 거제 시내 주요도로에 교통경찰들이 대거 포진해 교통신호를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이건 쫌 다른 수준이라 여겨졌다. 캐나다 정책담당이 와서 우리는 국무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쯤이 접대를 했을텐데, 교통통제까지하는 환대를 한다? 상식적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오나보다!!
아내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오시나보다"라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아내는 "대통령이 여길 왜 오냐"며 시큰둥해 한다. 그때는 나도 동의했다. 아무리 잠수함 계약이 중요해도 대통령이 직접나와서 브리핑을 할 일은 없다.
왠걸, 여행을 마치고, 원주에 돌아와 뉴스를 보다가 이 대통령께서 남부내륙철도 착공식에 참석하셨었다는 기사를 접한다. 그랬다. 잠수함 수주전에 브리핑하러 가신게 아니고, 남부내륙철도 착공식에 참석하셨던것.
간만에 브런치에 글을쓰는 이유는 지금부터다.
유튜브를 통해 이 대통령께서 남부내륙철도 착공식 때 발언하신 기념사를 접하게되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남부내륙철도는 진작에 건설됐어야했다는 얘기, 공사비 7조원이 없어서 이 국토균형개발을 위한 중요 사업이 60년을 미루어져왔다는 얘기.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소위 잘나가는 지역을 억누를것인가, 혹은 어려운 지역을 부흥시킬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 있다면 우린 어떤선택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이 대통령님의 물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답은 생각해보나마나 '후자'다. 근데 문득, 이런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전혀 예상치 못한 '전자'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까? 한 술 더 떠서 아예 기울어진 운동장을 왜 정상화 해야하는지로 반문하는 치도 있는것 아닐까?
가정법을 사용했지만,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져만 간다. 나는 한 술 더 뜬 인간들이 대한민국 인구의 대략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10% 이상(극우정치층)일 것이다. 왜 이렇게 우리는 비정상화된 사회가 되어버린걸까, 복잡하게 그 이유를 '능력주의 만연'에서 찾을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 이유를 안타깝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교육'에 있을지 모르겠다는 낌새를 느끼고 만 것이다.
나는 나의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가,
- 기울어진 운동장은 어쩌면 능력주의에 기반한 당연한 것이라 가르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고치는 일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고, 정말 당당하게 가르쳐왔던걸까
- 기울어진 운동장을 온전히 바로잡기 위해선 쳐지고 낙후된 쪽을 끌어올리는게 능히 올바른 선택이라고 가르쳤었을까
어쩌다 2024년에 교양수업으로 '논리학'을 가르쳤던 적이있다. 딱딱한 논리학 교과서만 답습하는건 내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여간 미안하여, 각종 토론 주제가 망라된 별도교재를 신청하여 수업했던 적이 있다. 그 때의 일화중 두 가지 케이스가 내게 충격을 줬던 일이 있는데,
하나는 '돈'이 최고라 주장하는 학생의 태도가 너무나 진지하고, 절실하게 느껴져 형용하기 어려운 꽤 슬픔감정이 들었던 기억
또 하나는, 요즘의 청소년들이 심각하게 우경화 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내 수업을 받는 아이들 중 극우적 성향을 보이는 학생이 있어서, 기가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례가 있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하는걸까
-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면 안된다는 것.
- 기울어진 운동장을 발견했다면 그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생각을 가지게 하는것.
- 그리고 거듭 반복하지만, 기울어지고 낙후쪽을 끌어올려서 균형 발전을 꽤하는것.
이 좁고 인구밀도가 꽤나 높고, 자원빈국인 우리 대한민국은 어쩌면 엊그제 만난 큰 매형의 의견처럼, "우리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경쟁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어떻게하면 경쟁을 공정하게 유도할지, 어떻게하면 그 경쟁의 결과를 참가자들이 순순히 받아드리게 할지를 고민하는게 맞다"는 의견에 순순히 동조하는게 최선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어쩐지 매형의 의견에 순순히 동의하고 싶지 않았던 반동기질이 은연중 발현된 이유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정답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고작 가르쳐놨더니, 이 딴 생각을 해?)
한 술 더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으면 그 리스크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해야지, 이 반도에만 안주하고, 이 반도땅에서의 경쟁은 자연스러운것이니, 공정하게만 경쟁한다면 초등학생들이 미적분까지 선행을 하고, 그 경쟁을 이겨내지못하고, 초등학생들이 목을메는 그런사회가 아무리 공정한들(사실 이정도의 선행은 아동학대 수준이라 여겨져, 법으로 금지해야하는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게 정의로운가에 대한 답은 쉬이내지 못할것이다. 놀랍게도 많은 수의 고등학생들이 통일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거스를수 없는 천륜쯤으로 여긴다.
(점점 이야기가 다른쪽으로 새서, 이 정도로 해두고)
대한민국 공교육의 결과(output)가 모두의 평등으로 도출될 때, 대한민국 학생 모두가, '모두의 행복 추구'가 정답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정답으로서 온전히 교육받을 때, 이 문제의 시작인 '기울어진 운동장' 생성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는것 아닐까
결론 무엇을 가르쳐야할지, 잘 정하고, 잘 가르치자
내 주장을 그 논리학수업에서 극우적 성향을 보이던 학생이 마주했다면 ‘생각의 획일화는 옳지 않다’고 반박했을 것임. 하지만 정의와 진리에 가까운 가치를 획일화라는 이름으로 단순화해 버리는 태도 역시 하나의 모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