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유유자적이라는 말.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한 삶에 이른 상태라고. 네이버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속세를 떠날 수는 없으나
나 홀로 온전히 부유하며 사색할 공간이 필요하기에 아지트를 여러 군데 만드는 중이다.
생각날 때마다 정주행 하는 ‘낮술의 기하핰’.
시즌 1은 밀양. 시즌 2는 고성을 배경으로 촬영이 이루어졌는데, 처음 볼 때는 “이 사람 참 술 맛나게 마신다.”라는 생각에 그치다가, 장기하라는 사람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런 프로그램.
낮에 여유가 있다면. 연차를 쓰게 되는 날이라면.
훌쩍 떠나 그가 방문한 식당에서 술 한잔 기울일 심산이다.
이청아 배우님의 유튜브도 정말 매력이 넘친다.
취향을 가진다는 게 무엇인지.
그 취향이 몸에 배면 사람이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달까.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문역 카페에 이어 충무로에서 발견한 위스키 바.
이청아 배우님이 방문하셨던 ‘텐트’.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입장한 넓은 공간을 채우는 것은 바텐더 두 분과 손님 한 분.
취향을 찾으러 왔다고 하니 좋은 선택이라고. 잘 찾아오셨다고 반겨주시던.
피트인지 셰리인지 나의 취향을 결정하고자 서두르는 내게 굳이 하나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취향이 하나로 굳어질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시며 여유를 챙겨주시던 바텐더 분이 너무나 좋은 공간이었다.
이번 주말은 본가에 다녀왔다.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한 달이 됐더라.
30년 가까이 살았던 곳이기에 지하철역서부터 풍겨오는 안정감이 있다.
좀 과장하자면 가끔 눈물이 차오를 때가 있달까.
마음 한쪽이 시리고, 괜스레 아련해지는 곳.
그곳을 뛰어도 뛰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공간을 채웠던 것은 결국 사람이기에.
가끔은 과거의 나를 마주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스스로 다분히 F기질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겉으로 많이 티가 나나보다.
회사 동기들 중에서도 다분히 감성적이라고 소문이 난 건지, 같은 팀 동기가 내 최애 카페를 찾아주기에 이르렀다.
솔직히 너무 고마운 일인데, 티를 잘 못 내는 편.
나의 취향에 공감을 해주고, 궁금해하는 것은 너무 좋지 않은가.
누군가 제가 좋아할 만한 거 있을까요?라고 물어볼 때 친절함을 가득 머금고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내일 출근은 하기 싫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