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한지 13년이 지났다.
사업 한지 13년이 지났다. 지금이 40대 중반이니 30대는 고스란히 사업하면서 보낸셈이다. 이제는 사업이라고 거창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누군가의 회사를 다닐 바엔 스스로 차린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우리나라에 25%가 넘는 자영업자중에 한명이 되어 버렸다.
처음 부터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대학교를 나와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여 홍보대행사의 알바를 했던것이 사회 생활의 시작이었다. 열심히 일했더니 운좋게도 알바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부지런하게 일했고 재밌게 일했다. 홍보대행사에서는 하는 일이 다양해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곳이었다. 열심히 일하며 입지를 조금씩 쌓았더니 5년차에는 외국계 회사로 팀장이 될 수 있었다.
차장을 5년차에 달았더니 겁날게 없었고 내가 정말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고 처음으로 슬럼프에 빠져 버렸다. 도망갈 곳을 찾다가 무작정 퇴사를 결심했고 그것은 외롭고 파란만장한 사업 시작으로 이어졌다.
암튼 나는 그렇게 스스로 사장이되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무엇이든 해낼수 있다고 생각했고 전투력도 높았다. 게임에서 중간 보스를 하나씩 격파하듯이 시련을 하나씩 물리쳤다. 시련을 물리친 만큼 레벨업도 하고 규모도 성장했지만 사업이 성장할수록 인원이 조금씩 늘어갈수록 시련은 더 커진체 멈출 기미가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쳤다.
30대의 아득한 시간을 고스란히 바친 사업이었고 시련을 이기고자 아득바득 버텼다. 그러다 어느덧 시련을 이겨내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니 사업을 하며 이룰려고 했던 목표들은 사라졌고 길도 잃어버렸다. 조타가 되지 않는 배마냥 나의 사업은 원하는데로 움직이지 않았다.
경험은 없었고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지금은 알고 있는 것을 그때는 몰랐기에 서툴고 모잘랐다. 스스로 만든회사가 나를 가두는 감옥이라고 말 할 정도로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사장의 외로움, 시원하게 말 못하는 사정들 처럼 창업하기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감당이 되질 않았다.
이시기 회사는 인적, 물적으로 큰 손실을 봤고, 나의 의지도 크게 꺽여나간 시기였다. 돌파할 방법이 없었다.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 회사를 축소하고 나는 회사를 옮겨왔다.집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구했고 오로지 혼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몄다. 처음에는 초라해지고 쓸쓸해진 작업실을 보며 먹먹하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을 하고 혼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프로젝트들이 들어왔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었다. 초심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을 했다. 여전히 나를 믿 찾아주는 분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놀면서 일했다. 일하면서 놀았다. 미루고 미뤄두었던 여행도 떠났다. 한달동안 무작정 유럽으로 떠났다. 여행을 하기전엔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니 기대감으로 매일 들떠 있었다. 함께 간 와이프보다 더 신이 났으며 새벽 일찍 일어나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댕겼다. 고프로도 사고 회사땐 만져보지도 않던 카메라를 만져보며 영상도 찍고 편집도 시작했다. 유튜브에도 도전해가며 이렇게 3년이 또 흘렀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없어졌고 나또한 누구한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사업은 혼자서도 제법 할 만 했고 이제는 거의 리프레시가 완료된 것 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합산해서 13년 동안 사업을 하며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외로운 1인 사업자 이지만 예보단 덜 외롭다. 하소연 할곳도 여전히 없고 누구하나 칭찬도 해주진 않지만 꾸역꾸역 하나씩 미션을 완수해 간다.
사실 이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수도 있고 남들이 뭐라하든 나만의 일을 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작은 성공들이 이어지면 사업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거다.
사업과 일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도 롤러코스트와 같다.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한다. 그러니 우리는 내려간다고 자책할 필요도 올라간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자영업이란 말의 뜻도 스스로 업을 영위하는 것이니 시간을 투자하고 업력을 쌓아보자 감놔라 배놔라하는 남의 조언과 핀잔도 들어야 하겠지만 결국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 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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