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 23일
요즘 김영민 작가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을 출퇴근 길에 읽고 있다.
반쯤 읽었는데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먹먹해졌던 문구였는데 다시 읽게 되어도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
생각해보니 만두 낳고 나서는 아이에 대해 안 좋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내 가슴도 덩달아 내려앉는 것 같음을 느끼곤 한다.
씩씩하게 키워야지 해도 결국 애지중지 하게 되고 나 보다 아끼게 되는 것이 자식이고 아빠는 하루를 천 번 반복한 느낌인데 만두는 어느새 천일이 됐다 하니 또 험한 길을 잘 걸어 주어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육체적인 힘은 약해지는 반면 경험에 근거해 감상적이고 눈물 많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다.
'아빠처럼 걷고 싶어.'
'아빠처럼 입고 싶어.'
'나도 아빠랑 할래.'
만두가 점점 내 흉내를 내거나 아내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메뉴를 따라먹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기저귀도 못 뗀 녀석이 팬티만 입겠다고 하거나 집에서 하의는 언더웨어 바람으로 돌아다니고 있으면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귀여운 녀석.
급기야 오늘 아침에는 새벽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든 내 곁으로 와서는 먼저 일어나 날 깨우면서 이렇게 부른다.
'여보, 일어나요.'
깨물어 주고 싶은 녀석 같으니라고!!
흔히 부모들이 아이 말 늘어가는 속도를 보고 우리 아이는 천재가 아닐까 자신만의 환상에 빠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환상에 빠지진 않겠지만 만두의 말 느는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긴 하다.
어제는 심지어 그런 말 느는 속도에 맞춰 내가 과연 적절한 교육을 만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인지를 걱정하기까지 했다.
기우겠지만 아이 낳기 전에 선행학습을 최소화하고 나이에 맞게 뛰어놀게 해 주겠다 자신만만했는데 순간 그 목표가 무너지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이런 마음으로도 선행학습을 고민하게 되는 거구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