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9개월 3일
만두는 요즘 '베이베이'라는 단어를 문장 말미에 잘 붙여 사용한다.
'아빠 그거 아니고 어린이집에서 베이베이야.'
'오늘 채어니가 티브이에서 베이베이 했어.'
'베이베이, 베이베이야.'
처음엔 베이베이라는 단어가 뜻이 있는 의미인 줄 알았다.
혹시 특정 단어를 잘못 들은 건가도 여러 번 되물었는데 그냥 잘 모르겠을 때 베이베이라고 지칭하는 것 같다.
근데 이 단어 생각보다 어감이 괜찮아서 당분간 나도 딸하고 대화할때 자주 쓰게 될 것 같다.
'딸, 아빠는 딸을 베이베이해~'
아직 내가라는 단어를 잘 쓰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최근 본격적으로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해 이름을 부르며 문장을 만들어 쓰곤 한다.
'채어니가 해볼래.'
'아빠 채어니까잖아!!'
'엄마 채워니 타요 보고 싶어요.'
이게 참 다 큰 어른이 쓰면 꼴불견인 표현 방식인데 순수한 아이로부터 나오는 단어는 어감이 참 다르다.
오래 들었으면 좋겠다.
귀여운 녀석.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빠른 것 같긴 한데, 말 느는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모든 싫어와 안 해로 표현하는 시기가 진짜 빨리 시작된 것 같다.
주말이면 아이와 입씨름을 하다가 진이 빠지기도 하고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다 결국은 아이 혼자 집에 놔두고 밖으로 나가는 시늉을 할 때도 있고 안 해준다 안 놀아주겠다 엄포를 놓을 때도 있는데 싫어 병이 시작돼서 식구들 모두가 지치는 주말이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고 놈, 그래도 지가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곧 죽어도 좋다고 한다.
만두가 좋아하는 어린이집 남자아이 이름이 승우다.
누가 누구보다 좋냐는 1차원적인 질문을 가급적 안 하려고 자제하지만 아주 가끔 반사적으로 아빠 좋아? 엄마 좋아? 같은 질문을 하고야 말게 된다.
그런데 요즘 만두 대답이 아빠만 좋아. 엄마만 좋아.라고 만이라는 표현을 쓰게 되면서 그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냥 좋다는 표현과 ~만 좋다는 표현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아빠, 엄마만 좋아라고 해서 그럼 승우는 하고 물어보면 아빠, 엄마, 승우만 좋아라고 계속 단어들이 붙는다.
단어 파괴자 같은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