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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l 17. 2020

S3#75 이스탄불 불금

19.07.19 (금) 이스탄불 핫한 클럽 루비

 느지막이 일어났는데, 또 집에 있던 친구들이 밥을 해준다. 이란 친구는 지금은 일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매일 이 친구도 나가서 놀고 들어오던데, 이란에도 생각보다 돈이 많은 친구가 많아서 아마 그냥 놀고 있는 거일 수도 잇겠다는 생각을 했다. 

 낮에는 집에서 쉬며 편집도 하고 짐을 정리했다. 며칠 뒤, 이스탄불을 떠나 앙카라로 바로 가서 당일날 밤에 있는 비행기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갈 예정이다. 조지아에서 만났던 우크라이나 친구들하고 얘기가 잘 돼서 그 친구들 집에서 머물고 같이 놀 수 있을 것 같아 코스를 정했다. 사실 경로상 가운데 흑해가 있어 여행자들이 잘 안 가는 곳이지만 그 친구들 덕분에 우크라이나를 여행코스로 넣게 되었다.

 저녁에는 어젯밤에 만났던 딜 랄라를 다시 만났다. 어젯밤엔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별로 얘기를 못한 게 내심 미안해서 다시 만났다. 그런데 오늘 심하게 배탈 증상이 있어 만나서 별다른 건 하지 못했고 렌틸 수프를 먹었다. 그리고는 배가 떠나는 앞 카페에 앉아서 차이를 마셨는데, 어제 먹었던 쿰피르라는 감자 음식의 감자를 보니 진짜 감자가 우리나라 파인애플만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길거리에서 차이 티를 마시며 1.5리라니까 400원 정도이고 카페에서 마시면 한 주전자가 3천 원 정도 한다. 보통은 이렇게 앉아서 차이를 많이 마신다. 술을 안 마시니 담배를 피우는 아랍의 나라도 많다. 

 시간이 되어 딜랄라는 배를 타고 떠나가는데, 친구를 배로 배웅해보는 게 처음이라 느낌이 색달랐다.

 금요일이라 집에 있던 친구들이 클럽에 간다고 했다. 나보고 오고 싶음 오라고 했는데, 배는 아팠지만 내가 언제 가보랴 싶어 부랴부랴 찍어준 곳으로 간다. 이 친구들의 집에 머물기를 잘한 것이 이 Ortakoy 근처에 좋은 곳들도 많았고 다른 곳으로 이동도 용이했다. 몇 번이고 나에게 정말 죽이는 클럽이니까 꼭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상한 것이 오면 꼭 자기네들한테 전화를 하란다. 나중에 보니 정말 고급 클럽이었고 남자들은 입장이 안돼서 여자 일행이 꼭 있어야 했다. 여자들끼리는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리 외국인도 여자가 한 명이라도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길에서도 그렇게 함부로 캣 콜링을 일삼는 이 곳 남자들이 자기네들끼리 떼로 오면 감당이 안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치나르가 나를 데리러 왔고 위풍당당하게 내 손을 잡고 클럽 안으로 이끌었는데 입장료는 없었다. 특이한 것이 바다인지 강인지 이스탄불 사이를 가르는 물가에 있었고 층은 대량 2층인데 2층으로 올라갔다. 벽 쪽의 부스는 아니고 스탠딩 하는 테이블이었는데 치나르와 친구들 3명이 있었다. 

 한국 클럽에서는 사실 눈치가 보여 놀기 힘들어도 외국에 나오면 상황이 다르다. 구애 안 받고 노는데 아뿔싸 바로 뒤 테이블에 한국 여자분이 한 분 계셨다. 영국 남자들과 오셨었는데, 나만 그런 건지 아마 서로 신경이 쓰였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만군데에서 클럽과 바를 다 가봤지만 이곳은 심히 고급스러워 보였고, 아마 나이는 나와 비슷했겠지만 발육과 성장이 너무나도 빠른 터키와 아랍남자들의 향수 냄새 속에서 혼란스러웠다. 다들 셔츠와 벨트를 하고 구두를 신은 소위 말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 사이 아시안은 나와 뒤 테이블의 그분뿐이었다. 

 어떤 것이 문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저곳 테이블과 같이 건배도 하고 이들의 흥대로 엄청나게 왁자지껄 논다. 양쪽에 이란에서 온 테이블이 있었는데, 이란에서 원래 한국이 인기가 있는 데다 이란에 한 달 있다 왔다 하니 신기해해 줘서 몇 잔을 얻어먹었다. 원래도 맥주만 마시지만 고급 클럽이라 맥주값이 만원에 육박하니 사실 내 오늘 맥시멈은 3병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자꾸 내 맥주를 막 주문한다. 한 서너 시간 있고 싶었는데, 빨리 나를 보내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 1시간 만에 3병을 다 마시며 헛트림을 한다.

 청바지에 라운드티를 입고 온 내가 조금 초라해 보였고, 거기다 맘대로 술도 못 시켜먹는데 여자끼리 온 테이블에 혼자 덩그러니 있으니 여러 가지로 위축이 된다. 치나르와 친구들의 맘을 헤아리고 그래도 눈치껏 하자는 맘으로 1,2층을 왔다 갔다 하며 이 친구들이 다른 테이블로 가서 놀기 시작하면 난 가야겠다고 맘을 먹는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갑자기 예쁜 누나들이 와서 봉춤을 춘다. 재밌는 구경거리였다.

 그러다 한국 여자분이 계셨던 테이블의 백인 남자들과 이 친구들이 이야기를 섞기 시작했다. 확실히 다 취하게 되니 위아 더 월드로 분위기가 흘러가는데 나는 1층으로 갔다. 가만 보니 강인지 바다인지 물가 쪽이 너무 이쁘다. 가까이 가서 있는데, 앞으로 요트가 주욱 서있다. 그리고 물가로 나가는 길은 험상궂은 가드 두 명이 철통방어를 한다. 그러다 어떤 남자가 전화를 하더니 한 요트에서 불이 켜지고 이 곳으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여자 두 명과 남자 두 명이 그 요트를 타고 나간다.

 한국 클럽에서 마치 슈퍼카를 타고 와서 메이드가 되면 나가듯이, 이곳의 부자 클래스는 요트를 타고 와서 요트를 타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남자가 오길래 슬쩍 물어봤더니 지금 나갈 거라면서 내 요트저기 있는데 부른다고 한다. 진짜 스웩이며 힙하고 간지가 좔좔 이었다. 클럽에서 요트를 타고 나간다니.. 캬

 

 그렇게 클럽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몇 병의 맥주를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2층으로 다시 와서 나는 이제 가겠노라고 이야기 후 계산을 하려고 보니, 슬쩍 한 친구가 저 남자들이 계산했으니 그냥 가란다. 눈치를 보니 이런 일이 익숙해 보였다. 그래서 조용히 나가다 한국 여자분과 잠깐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같이 앞으로 나가 강가에 앉아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학시절 친구들이고 이곳에서 만났는데 한 남자와는 썸이 있는 그런 관계였다. 내가 그 여자들과 같이 산다는 걸 말하니 , 지금 클럽 이후에 둘이 맥주 마시는걸 그 치나르와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신다. 근데 재밌는 것이 치나르와 친구들은 그 영국 남자들이 다음날 같이 놀자고 해서 놀러 나갔다. 남자와 여자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사실 클럽에서 딱히 역할이 없다가 그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밌게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니 친구들은 먼저 다들 와서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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