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나 이솜 좋아하네?
배우 김민희를 좋아했다.
어떤 작품이든 김민희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유치한 내용도 그녀가 등장하면 어딘가 특별해졌다. 그 오묘한 매력이 좋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거기 있는, 그런 종류의 좋음.
그녀가 떠난 후 한동안 방황했다. 보고 싶은 한국 영화도, 챙겨 보고 싶은 드라마도 딱히 없었다. 김태리도, 김고은도 충분히 좋다. 좋은데, 결이 달랐다. 내가 잃어버린, 내가 찾고 있는 그 느낌이 아니었다.
그 허전함이 뭔지도 모른 채 몇 년이 지났다.
그러다 문득 오늘 오후 '신이랑 법률사무소'를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이솜이구나.
소공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마담 뺑덕, 유령, LTNS, 모범택시, 이번 생은 처음이라... 흩어져 있던 점들이 한 번에 이어졌다. 내가 유독 좋아했던 작품들마다 이솜이 있었다.
이솜에게는 냄새가 있다.
과하지 않은 제스처, 딱 필요한 만큼의 말투, 힘을 뺀 듯하면서도 선명한 선들. 연기를 잘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니까.
이솜은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는다. 이솜으로 보여준다.
어느 드라마에 나와도, 어떤 상황에 놓여도 결국 이솜이 된다. 별것 아닌 에피소드도 그녀를 통과하면 조금 달라진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달라진다. 그게 향기라는 거겠지.
나의 김민희, 그녀의 빈자리를 채운 건 이솜이구나.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채운 게 아니다. 이솜은 이솜의 자리가 따로 있었는데, 내가 이제야 찾아간 것에 가깝다.
이쯤 되면 사랑이다. 배우에 대한 사랑. 작품을 고르는 이유가 되는 사람. 그 이름만으로 한번 더 보게 되는 사람.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