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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떱 Oct 05. 2019

조커 (2019)

조커란 이름을 빌린 찌질이 이야기

 저번 달 초 베니스 영화제에서 조커에 대한 반응이 좋다는 소식에 걱정부터 되기 시작했다. 기립박수를 몇 분이나 쳤다는 둥 명작이 나왔다는 둥 칭찬일색이었지만 그리 기대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을 받았다는데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닐 것이란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이윽고 다음 뉴스가 들려왔다.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 황금사자상 수상’. 엄청난 타이틀이었다. ‘한국에서는 흥행하겠구나.’란 마음과 ‘그래도 코믹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같은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녹음하던 팟캐스트에서 흥행은 하겠지만 기대는 되지 않는다고 매우 싫어하는 티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개봉일이 와버렸고 나는 기대감을 접고 영화를 보러 갔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며 광대일을 하는 소시민이다. 그는 상황을 가리지 않고 웃음이 터지는 장애를 갖고 있으며 정신 상담을 받지만 크게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해고된 그는 지하철에서 취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방어로 총을 쏜 뒤 조커로 변해간다.



 영화 공식 시놉시스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진짜 ‘조커’를 만나라”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조커는 코믹스에서도 그리지 못한 조커란 말인가? 아니면 여태껏 영화들이 그려내지 못한 원작의 조커라는 의미인가? 일단 답을 하자면 둘 다 아니다. 그냥 이 조커는 아무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조커다. 그렇지만 ‘진짜’ 조커도 아니다. 진짜 조커란 무엇일까? 물론 한국 한정으로 쓴 멘트이겠지만 (난 그렇게 믿고 싶다. 설마 아니라면 댓글을 부탁한다.) 이 진짜 조커라는 말은 너무나도 거슬렸다. 위에 줄거리에서 조커란 이름을 없애고 그냥 클라운이라만 바꿔도 조커라기보다 어디서 많이 본 영화 줄거리가 되어버린다.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아서 플렉은 ‘진짜 조커’가 아니다. 조커는 악당이어야 한다. 악당이란 상대할 영웅이 있어야 의미를 갖는다. 영웅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그가 지키고 있는 철칙이나 신념을 무너뜨리려 해야 한다. 하지만 아서 플렉에겐 그런 게 없다. 자신에 행동에 큰 의미가 없다고 하며 자신에게 나쁘게 군 사람을 상대로 화풀이만 할 뿐이다. 이 조커가 배트맨이 없는 상황에서 진정 의미를 갖고 싶었다면 ‘세상은 선하다.’는 믿음이 틀렸다고 설파해야 했다. 그러지 않은 아서 플렉은 그저 망상만 가득한 채 혼란 속에서 춤만 추는 범죄자일 뿐이다.


자신에게 나빴던 사람에게 복수를 했다는 아서 플렉의 주장도 그저 찌질해 보일 뿐이다. 아서는 자신이 피해만 당했다는 식으로 분노하지만 영화 내내 아서 역시 남을 비웃고 차별적인 태도를 보인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했던 아서는 생각하지 않은 채 차별당하던 약자가 분노해 조커로 변했다는 것만 보여주는 연출은 조커가 어떤 캐릭터인지 고민하지 않은 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추측을 뒷받침해주는 인터뷰가 나왔다.

“불건전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코미디를 빼려면 뭘 해야 하지? 아 알았다. 코믹북 영화 유니버스에서 불건전한 이야기를 쓰면 되겠네.”
- 토드 필립스

 감독인 토드 필립스는 해당 인터뷰에서 지금 이 ‘깨어있는’ 문화가 코미디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회에서 재미있는 사람들이 남들을 불쾌하게 만들기 싫어 코미디를 포기한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코미디는 불건전한 것이라 그에 대한 대안으로 조커를 택했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기는 지금까지 불건전한 게 좋아서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제 분위기상 욕먹을 거 같으니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결국 [조커]란 영화는 그냥 감독이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에 조커란 캐릭터와 고담시란 배경을 덮어 씌운 결과물이다.


 상을 받아서일까 주인공인 조커여서일까. 예매율 1위를 달리며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상을 받았다는 데에는 별로 말을 얹고 싶지 않다. 심사위원들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니까 상을 줬겠지.  다만 이게 조커란 타이틀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관심을 받았을까? 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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