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난장판이 될지 모르는 우주 전쟁의 시작
이 글은 코믹인사이드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http://comicinside.com/2015/07/129
어나일레이션 Book 1. - 키스 기펜, 댄 애브넷, 앤디 래닝 (Marvel, 2005, 정발 : 시공사, 2015)
우주는 넓고도 넓다. 사람들은 우주에서 다른 생명체들이 있을지 아니면 우주 밖에서 자신들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고 있다. 어쩌면 한 행성에선 다른 행성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멘 인 블랙이 열심히 자기들 일을 하고 있어서 모르는 걸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 우리는 우주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주인들이 있어도 인간들이 볼 수 없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히어로들이 넘쳐나는 마블 유니버스의 우주는 어떨까? 지구만 생각해도 그 난리인데 우주라고 조용할까? 굳이 우리는 우주 이야기인 코스믹 라인을 읽지 않더라도 우주가 난리판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어나일레이션은 그 난장판에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야기가 우주로 나가서 진행된다면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투입되는게 지구인의 시선이다. 이 행성이 어디인지 인간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마치 닥터 후의 로즈 타일러나 클라라 오스왈드 같은 컴패니언들 같은 부가적인 캐릭터들이 필요할때가 있다. 사실 마블 유니버스의 인간들은 판타스틱 포에서 소개된 실버서퍼나 갤럭투스, 스크럴등 많은 외계인들을 만나왔다. 그렇게 초대치 않은 손님들이 시도때도 없이 지구를 쳐들어와 대고 지구를 정복하겠다고 하는데 지구인들에게 지구 바깥을 꿈꾸기를 바라는 건 작가로선 너무 큰 욕심일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지구인들에게 우주가 어떻게 보일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주에 이미 나와 있는 노바, 드랙스, 퀘이사 모두 지구인이었지만 우주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지구인들의 시선을 대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만화기 때문에 이런 저런 설명을 부록으로 꽂아놔도 되겠지만 그래도 작가는 새로운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도록 한 소녀를 넣어둔다. 캐미라는 이 소녀는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다. 그러니 집보다는 밖에 대한 열망이 더 클 것이고 그 열망덕에 가는 곳이 행성 밖이라도 알래스카를 떠날 수만 있다면 어떤 기회든 잡으려 들었고 그 기회인 드랙스를 따라오게 된다.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이 히어로들의 전투에 투입된 일반인 캐미의 역할은 어느 순간 소용이 없어져 버리고 소위 병풍화 되버린다. 캐미가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노바 코어가 붕괴되는 어나일레이션 프롤로그 부분까지다. 그 이후 캐미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보다는 '우리가 살 수 있냐.', '코스튬이 구리네.' 등 툴툴거리기만 한다. 캐미의 성격을 탓할 수도 있지만 그 불평이 오히려 빈정댄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원래 의도했던 독자의 이해를 돕는 역할은 노바에게 들어간 월드 마인드가 하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필요가 없었을지 모르는 부록이 나오기 시작한다. 물론 이런 설명은 월드 마인드가 하는 것은 맞지만 드랙스가 굳이 캐미를 데려왔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캐미의 역할이 부족하다. 아마도 캐미를 투입한 키스 기펜의 목적과 다른 작가들의 사인이 맞지 않았기에 생긴 문제점일 것이다.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흘러가며 캐미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도 눈여겨 볼 점이다.
노바 대원인 리차드 라이더는 모든 동료들이 죽은 가운데 혼자 남게 된다. 그에게 생긴건 모든 노바 대원들을 돕던 월드 마인드와 나눠쓰던 대원들이 사라져 갈 곳이 없어진 모든 노바 파워다. 또 자길 안전한 곳으로 옮겨달라고 하는 월드 마인드는 자꾸 결정에 방해를 하려 하고 노바 파워의 힘으로 자제력을 잃게 된다. 이 자제력을 유지하고자 리차드 라이더는 드랙스에게 도움을 받겠다고 하며 자꾸 방해를 하던 월드 마인드와는 티격태격해대긴 하지만 둘은 결국 몇가지 사건을 겪고 합의를 보게 되고 힘을 합치기로 한다. 노바의 캐릭터에 있어 힘을 약간만 나눠받던 대원에서 모든 힘을 얻게 되는 갑자기 커다란 발전을 하게 것이다. 혼자만의 이야기에서도 다뤄도 될 만한 이야기를 이런 이벤트에서 사용한다는 것으로 주인공은 노바라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나일레이션의 전사는 어쩌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할 것 같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배경 지식 없이 읽어도 큰 문제가 없을 만큼 가볍게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펼쳐질수록 추가적인 설명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건이 끊이지 않는 전개를 보여준다. 초반부 드랙스의 대사가 배경지식이 아예 필요없는건 아니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부록으로 정보가 있기에 이해할 수 있기도 하며 또 스포일러를 하자면 뒤에 풀어지는 이야기에서 해결이 되기 때문에 한 작품 내에서의 떡밥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다. 어쩌면 이 이야기를 이슈로 읽었다면 발매되는 1년 반 동안 배경이야기를 찾아보고 좀 더 자세히 읽을 수 있기에 작가들이 좀 더 욕심을 부렸다면 예전 이야기들을 함으로 더 세부적인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고 단행본으로 읽을 때도 끊임없이 읽을 수 있는 정도로 급박한 전개의 촘촘한 스토리는 정말로 대단하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우주는 넓다. 지구 상에도 이야기가 많지만 우주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고 조금 더 나아가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도 한 행성만의 특징이라며 풀어나갈 수도 있는 어쩌면 만능 소스같은 존재다. 어나일레이션은 그 만능 소스의 뚜껑을 여는 스토리다. 얼마 전까지 연재되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노바같은 우주 이야기의 시작도 여기있으므로 코스믹 스토리라인을 처음부터 읽고 싶다면 여기서 시작하면 되시겠다.
P.S. 어나일레이션은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지만 현실로는 불가능하다. 제작비 문제도 문제이지만 어나일러스 관련 판권이 판타스틱 포에 묶여서 폭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