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백만 년 만에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요즘 나는 인생의 오르막이 아닌 내리막 굴곡에 있는 기분이다. 잘 굴러가던 공이 턱에 걸려 멈춰버린 것처럼, 무언가 진척 없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이게 단순히 감정적인 기분인지, 아니면 내 인생의 전체적인 흐름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내가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걸 알고 있다. 하나만 잘 풀리면 그걸 기점으로 인정도 받고, 다시 잘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요즘은 괜히 내가 아직도 힘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특히,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이 무력함을 이겨내야 할 텐데.
이 나약함을 이겨내야 할 텐데.
내가 느끼는 무력감이 경제적인 상황, 인간관계, 직장생활 같은 외부 요인들로부터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그것들이 나의 기분의 큰 영향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하지만 아직은 나도 성장하는 중이라, 그게 참 어렵다.
이건 연애를 한다고, 친구를 만난다고, 호주로 돌아간다고 해서 바뀌는 일은 아니다. 결국은 나의 문제이고, 나만이 풀 수 있는 감정인데 말이니. 어딜가던 일어나는 일이니.
나는 어차피 뭘 하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까, 바쁘게 지내면 이런 감정들이 옅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바쁘고 싶어서” 오히려 건강하지 않게 도파민을 좇았다. 지금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루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무의미한 시간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 회피하고 스스로에게 믿음이 없는 나 자신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아빠는 그런 나를 눈치채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다. 조언도 해주고, 함께 이야기하려고도 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여주기 싫어서, 나 스스로 피하고 말았다. 못난 내 모습을 들키기 싫었다.
요즘 내 머릿속은 자꾸 무거워진다. 마치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처럼, 먹먹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결국 다시 내 일상을 만들면 된다는 걸.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가고, 밥도 잘 챙겨먹고,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취업 자리를 알아보거나, 기사를 읽고 책을 펼치는 그런 작은 루틴들.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면, 어느 순간 또 하루는 지나간다.
그리고 흐르는 물이 멈춘 공을 밀어내듯, 언젠가는 이 공도 다시 굴러가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