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시기, 문해력이 답이다.

논란의 수학문제 해결법은...

by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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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시기, 문해력이 답이다

얼마 전 한 수학 문제가 온라인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문제는 단순했다.

“abc ÷ abc”의 답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어떤 이는 답이 1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b²c²라고 주장했다. 언뜻 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토론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정답은 분명하다. ‘abc’는 알파벳 세 글자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생략된 곱셈이 결합된 하나의 묶음으로 간주해야 하므로 답은 결국 1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 자체가 아니다. 아이들이 이 문제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단순히 계산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자와 기호가 어떤 규칙과 맥락으로 쓰였는지를 이해하는 힘, 곧 문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겨난 혼란이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와 비슷한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문장을 읽을 줄은 알지만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답을 쓰는 아이들, 질문의 맥락을 놓쳐 자신감이 무너지는 아이들. 이 문제는 결국 수학의 문제가 아니라 문해력의 문제였다.


몸의 체력에서 생각의 체력으로


나는 오랫동안 아동운동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아이들의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공부의 출발점이라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나는 『공부 잘하는 아이는 체력이 다르다』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또 다른 장면과 마주했다. 몸은 건강하고 운동 능력도 뛰어나지만, 정작 책상 앞에서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긴 글을 끝까지 읽지 못하거나, 읽은 내용을 자기 생각으로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몸의 근육만이 아니었다. 생각의 근육, 곧 문해력이 반드시 함께 자라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운동이 체력을 키우듯, 책 읽기와 글쓰기는 사고의 힘을 길러준다. 이 깨달음 이후 나는 스스로를 ‘공부체력 전문가’라 부르며, 아이들의 몸과 글을 함께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교육학 연구는 이러한 깨달음을 뒷받침한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모든 과목 성취도의 핵심 지표로 읽기 리터러시(Reading Literacy)를 꼽는다. 수학이나 과학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읽기 능력이 부족하면 학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읽기 영역에서는 점수와 상관없이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육부의 「국가 문해력 종합계획(2024)」 역시 초등 전 학년에서 읽기·쓰기·말하기를 통합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문해력은 평생의 힘이다


이처럼 초등 시기의 문해력은 아이의 학습을 떠받치는 기초 체력이다. 특히 초등학교 3~4학년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의 내용이 동시에 확장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문해력이 부족하면 아이는 교과서를 읽을 수는 있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모든 과목의 성취 저하와 학습 의욕 상실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문해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나는 교실에서 몇 가지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첫째, 작은 질문 던지기이다. “오늘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뭐였니?”,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와 같은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꺼내도록 돕는다. 둘째, 하루 한 문장 쓰기이다. 길지 않아도 좋다. 매일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게 하면 사고가 차츰 구조화된다. 필사는 단순히 글씨를 교정하는 훈련을 넘어, 생각을 다듬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셋째, 말에서 글로 옮기기이다. 아이가 먼저 말로 표현한 뒤 그것을 글로 옮기도록 하면, 생각이 자연스럽게 조직된다. 넷째, 부모의 기다림이다.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고 정리하는 시간을 얻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수학 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공부는 단순히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초등 시기, 문해력이 답이다.” 문해력이 튼튼한 아이는 어떤 과목에도 도전할 수 있지만, 문해력이 약한 아이는 결국 모든 과목에서 흔들린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책상 위의 문제집이 아니다. 읽고, 말하고, 쓰는 경험이다. 이 경험은 아이의 평생 학습을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힘이 된다. 그것이 바로 생각의 체력이며, 아이의 미래를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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