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천국을 깨닫게하는 음악

-416합창단의 노래

by 이미영


대학교 3학년 여름이었다. 더웠다. 밀양 감물리로 농촌봉사활동을 갔었다. 학교 뒷마당에는 오골계가 뛰어다니고 동네 꼬마녀석들이 우리를 졸졸 따라 다녔다. 지난 홍수에 무너진 마을입구의 길을 복구하느라 땀이 온 몸을 적셨다. 몸은 힘들었지만 어쩐지 영성만큼은 정점을 찍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뒷마당 텃밭에서 잡초뽑기를 할 때였다. 내리쬐는 여름 햇살을 따가웠다.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고 있자니 등줄기에 땀이 쭈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내 이마의 땀을 식혀주었다. 입에서 자연스럽게 찬양이 흘러 나왔다. 그 노래 멜로디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의 하나님과의 교감은 잊을수가 없다. 선명하게 기억난다.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의 능력과 선함에 대해 찬양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마치 연극의 핀 조명이 나만을 비추는 경험을 했었다. 나의 선한 행위로 구원을 얻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봉사활동이 나의 구원을 돕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하나님께 집중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참된 구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걱정과 불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일상에서 하나님을 바라며 찬양하는 상태가 천국이라 여겨졌다. 짧은 순간의 영적 교감이 30년을 훌쩍 지난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은 아마도 그때 흥얼거렸던 노래 때문인 것 같다. 백마디 설교보다 음악을 통한 한순간의 소통이 울림이 더 오래감을 실감했다.

내게는 감물리마을이 천국으로 다가왔다. 당시는 우르과이 라운드로 다른 나라의 농산물을 우리나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농촌의 살림살이는 더 힘겨워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농촌은 힘든 상황이기는 마찬가지다. 나라의 정책이 바뀌어 농촌의 삶이 어려워져도 정작 농촌에 삶의 터전을 둔 사람들은 별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그저 가축을 키우고 푸성귀를 일궈 먹고 땀흘려 일하며 일상을 살아갈 뿐이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불만이나 불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만족과 평화가 대신했었다. 농활에서 돌아와 나는 <천국에 왼발 들여놓기>라는 시를 쓰기도 했었다. 감히 ‘시’를 다 썼었다.

영성의 음악에 얽힌 경험 하나가 떠오른다. 광화문 광장에서 416합창단의 노래를 들었다. 그들은 슬픔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치 용서의 작은 씨앗이 노래로 뿌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 이만큼 힘들다. 슬프다.”를 노래하는 이유는 더 이상 슬퍼만 하고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고통과 슬픔이 사라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힘든 치유의 첫걸음을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기쁨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으로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고”이사야서의 말씀이 떠올랐다. 진정한“슬픔 대신 기쁨을” 416 합창단이 누리길 바란다. 찬송의 가사와 리듬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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