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갑자기 찾아간 제주도 여행길 1
제주도 바다가 내게 말을 걸었다.
지난달 초 꽤 오랜만에 훌쩍 제주도를 향했다.
2박 3일 짧은 여정이었지만 안 갔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법한 여행길이었다.
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갈까? 그냥 귀찮은 데 가지 말까? 그래도 갈까? 고민하다 하루 전쯤 새벽 3시쯤 넘어서인가 갑자기 자다가 깨서는
그냥 무조건 가야 할 거 같다..
일단 비행기표부터 끊자.
지금....!
그러고는 다시 얼른 티켓을 끊고 숙소도 후딱 예약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이튿날, 틈틈이 지도앱을 보면서 대충 어디 어디 갈지 몇 군데 찍고는 출발 당일 오전 부랴부랴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캐리어에 던져 넣듯 짐을 싸서는 집을 나섰다.
이렇게 정말 대책 없이 여행을 떠나본 적도 있었나 싶었다.
음.. 또 생각해 보니 아예 처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막상 갑작스러운 여행길이었어도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설레고 기대되고 걱정되고 즐거운 여러 마음들이 오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는 동안 핸드폰 충전하면서 메모지를 꺼내 대략 가고픈데를 적어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낙서를 했다.
아..진짜 여행을 떠나는구나 싶으면서 기분이 좀 더 들뜨는 것 같았다.
안내멘트가 나오고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는데 그냥 느낌이 좀 남달랐던 기억이 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창가 자리였던 데다 날씨도 풍경도 너무 좋아서 신나게 사진을 엄청 찍다가 여행계획을 좀 더 짜보려 했지만 몇 주간 일이 좀 많아 피곤했던 탓인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눈떠보니 어느새 저 멀리 한라산이 보였다.
한 10분 정도 잠깐 잔 것 같았는데 그새 꿀잠을 잤나 보다.
공항에 도착하고 수하물을 찾고 나니 이제 숙소에 어떻게 가야 하지? 싶어 앱을 꺼내 숙소까지 가는 버스를 검색하고 출구를 찾고 버스정류소를 둘러보다 다행히 20분 정도 뒤에 오는 숙소 근처에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겨우 버스를 타고는 정류장마다 마치 비행기에서 나는 띵~똥~하는 벨소리와 정류소 안내멘트가 들려 살짝 신기했다. 창문 바깥 거리와 풍경구경을 하면서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약 1시간가량 달리는 버스 안에서 마치 딴 세상에 갑자기 온 것 같은 기분을 흠뻑 느끼며 묘한 감정과 함께 숙소를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 가는길에 올레시장도 보여 그냥 지나칠수 없어 잠시 구경하다 더 머물고싶은 마음 뒤로하고 빠져나왔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살짝 지기 시작하고 몸도 노곤노곤해졌다. 그래도 예전에 가본 바다가 조금 보이는 반가운 호텔이어서 그런가 마음만큼은 신났던 것 같다.
침대에 당장 누워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뭔가 그러기엔 너무 아쉬워 근처 식당을 찾아보고 가보기로 했다.
걸어서 1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으로 향했다.
분명 몇 번이나 와본 동네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풍경이 새로운 건지.
못 보던 골목들, 가게들, 거리풍경, 그러다 익숙한 모습들도 보이기도 하고.. 새삼 익숙한 듯 낯선 듯 오랜만에 반가운 듯하는 동안 해는 어느덧 져가고 하늘이 깜깜해져 갔다.
거의 도착해 가는데 이런.. 재료소진으로 당일 영업을 마감하고 문이 잠겨져 있었다!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주변을 조금 둘러보다 어두워져 보이지도 않고 해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걸어오는 동안 보이는 식당들도 주문은 마감됐다 하고 점점 배는 더 고파오고.. 그러는와중에 걸어가는 길에 사잇길 멀리 보이는 불빛과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불빛 따라 소리 따라 가보니 밤바다 해변 앞에 조성된 공원에서 작은 공연과 구경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와중에 근처 가게를 둘러보며 우선 식사부터 해야겠다 싶어 둘러보다 다행히 아직 열려있는 곳들이 있었고 얼른 들어가 식사를 하고 나왔다.
눈앞에 밤바다를 보며 슬슬 걷다 앉았다 하며 여유를 좀 부리고 나니 뭔가 숨 가쁜 일상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게 잠시 잊혀졌다.
한참 그러고 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싶어 걸어가는 동안 그냥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고요하고 평온한 골목길을 걸으니 마치 제주도 바다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내게 뭔가 속삭이듯 간지럽히듯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이 순간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도 그 짧은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흥얼거리며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로 다시 들어갔다.
무조건 가야 할 것 같더니
마치 그때가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그저 잠시 길을 걸었을 뿐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남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