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갑자기 찾아간 제주도 여행길 2
제주도 숲길에 하염없이 머물고 싶었다.
다음날 아침, 알람도 맞춰놓지 않고 일어나는 대로 움직여야지 싶었는데 가뿐히 깨어나고는 새 잠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좀 오전의 시간을 머물고 싶었다. 바깥 풍경도 보고 여유도 부려보고 느긋하게 말이다.
전날 자기 전 폭풍검색을 하며 세워둔 일정이 있긴 했지만 그대로 꼭 되지 않아도 되는 게 내가 아는 여행의 맛이니까.
한참 그러고 나니 슬슬 나서서 제주도 향토음식도 먹고 숲길도 걷고 바다도 보며 여행을 만끽하고 싶어졌다.
예전부터 접짝뼛국이란 걸 제주도에서 제대로 먹어보고 싶었었는데 마침 근처에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필요한 물건만 가방에 넣고는 길을 나섰다.
전날 저녁 같을 길을 따라가는 것 같았는데 아침풍경은 색달랐다. 날씨도 너무 좋고 기분도 너무 좋고 거리풍경도 다 예뻐 보였다.
나는 제주도의 까만 돌담을 되게 좋아한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돌담 너머 나즈막한 집과 나무와 풀꽃,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면은 제주도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구경 좀 하다 보니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고 이른 점심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진짜 접짝뼛국을 맛보다니!
걸쭉하고 진한 국물과 커다란 뼈에 붙어있는 푸짐한 고기가 어우러져 제주도 향토의 맛이 진하게 나는 듯했다.
국물하나 안 남기고 깨끗이 먹고는 다음 여정길로 가는 동안 시간이 꽤 남아서 가까운 곳에 천지연 폭포에 잠시 들렀다 가면 다음 일정에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구경하고 싶었다.
가는 길이 영 낯설지가 않다 싶었더니 오래전 차 타고 지나갔던 길인 듯했다.
지금도 그때가 눈에 선하다.
맑고 파란 하늘과 바다와 멀리 보이는 다리풍경과 주변의 푸른 숲들.
외국인들도 꽤나 보였고 이왕이면 감동받고 갔으면 싶었다.
입장표를 구매하고 폭포를 보러 가는 길도 참 예뻤다.
조금 걷다 보니 폭포가 등장했고 시원하게 내리는 폭포수를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얼마나 있었을까.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또 보다 다음 일정을 위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출구를 향했다.
버스정류장 가는 길에 여태 못 가본 카페가 있어 잠시 들렀다 커피를 사들고 가보기로 했다.
사실 자세히 모르고 좀 유명한 커피가게 이겠거니 하고 갔는데 입구부터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쪽 벽 가득히 빼곡하게 적힌 각종 화려한 수상이력과 오래돼 보이지만 독특한 내부 분위기 등등..
메뉴를 살펴보다 언제 또 올지 몰라 이번달 추천 메뉴를 덜컥 주문해 보았다.
첫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 입안에 가득 도는 맛과 향이 아주 풍부하고 자체개발한 원두인지 과일향도 독특하니 아주 좋았다.
마침 기다리는 버스가 거의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창밖 거리를 보며 천천히 달리는 버스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눈앞에 펼쳐질 숲길이 어떨까 잔뜩 기대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우연히 지도앱을 보다 발견한 서귀포 치유의 숲을 향하는 길은 참 멋졌다.
한참을 달려 어느새 도착했고, 조금 걸어 들어가다 보니 입구가 보였다. 알고 보니 꽤나 잘 조성된 대상 수상도 한 적이 있는 규모 있는 숲길이 었다.
입구 근처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해설가 분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표시된 길을 따라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숲내음 가득한 나무들을 보며 흙길을 밟으니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답답하고 힘든 것들 다 털어버리고 가야지 싶어졌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는데.. 다시 입구가 나왔다.
뭐지? 하는 순간 아까 그 해설가 분께서 알아보시고는 어떻게 다시 나왔냐 다 본 거냐 하시더니 아니라고 잘못 온 것 같다고 하니 다시 설명도 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면서 자세히 알려주셨다.
다시 처음부터 출발~
이번엔 표시된 다른 길을 따라가다 메인길로 다시 가보았다.
이런저런 구경도 하고 쉼터 같은 곳에서 한참 의자에 누워 머물러 있기도 하면서 청량한 공기와 경치를 흠뻑 마셨다.
어쩌나 좋았던지.. 정말 개운하고 힐링되는 것 같았다.
그곳의 하이라이트가 드디어 보이는데 와.. 마치 동화 속에 나올 것같이 생긴 거대한 나무들이 쭉 늘어서 말이 안 나오는 광경이 말도 안 되게 눈앞에 펼쳐졌다.
감탄 연발하며 잠시 현실을 벗어난 듯 멍 때리며 한참을 바라보다 조금 있으면 마감시간이 다되어가기에 다음에 또 와보기로 하고 후다닥 내려왔다.
돌아가는 길 버스를 타려면 거리가 꽤나 있었지만 그냥 또 걷고 싶었다.
도로 옆 좁은 풀밭 길이었지만 풍경이 너무나 끝내줬다.
다시 그 길을 걸을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잊지 못할 장면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저 하늘과 나무, 숲, 도로일 뿐이었는데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뜻밖에 마주한 넓게 펼쳐진 잔디와 풀을 뜯고 있는 말들, 그 옆 도로 멀리 보이는 바다..
하마터면 그 말도 안 되는 장면에 넋을 잃고 보다 버스를 놓칠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겨우 타고 처음 탔던 장소 근처로 버스는 달렸다.
이날 하루는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흠뻑 받은 듯한 믿기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그냥 쭉 머물고 싶은 마음 가득했지만 또 마냥 그럴 수만은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갈수록 자연이 주는 놀라움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하염없이 걷고 나니 뭔가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